경기도 구리시 교문 네거리 대전차 방호벽을 지난해 11월 철거하기 전(위)과 후(아래)의 모습.
구리시 이어 의정부시도 철거중…“콘크리트 구덩이로 대체”
30여년 동안 접경지역 도로 곳곳을 흉물처럼 가로막고 서 있던 대전차 방호벽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있다.
가장 먼저 철거된 방호벽은 지난해 11월 공사를 한 경기 구리시 교문 네거리 방호벽이다. 이어 의정부시가 지난해 12월26일 호원동 회룡역 앞 방호벽 철거를 시작했다. 의정부시는 또 호원동 국도 3호선 다락원 방호벽도 철거할 계획이다. 파주시도 올해 안에 방호벽 2개를 지하구조물로 대체할 방침이다.
현재 경기 북부 10개 시·군에 모두 57개의 대전차 방호벽이 설치돼 있다. 그러나 정확한 위치와 개수는 군사기밀로 분류되어 있다.
이들 방호벽은 1973~78년 ‘비호’라는 이름을 붙인 작전에 따라 만들어졌다. 전쟁이 나면 도로 곳곳에 설치된 방호벽을 무너뜨려서 북쪽에서 내려오는 전차들의 서울 진입을 늦추는 것이 설치 목적이다.
따라서 방호벽 철거에는 관할 군부대의 동의가 필요하다. 군 관계자는 “수도 방위라는 접경지역 부대의 임무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방호벽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에 군부대는 방호벽을 없애는 대신 같은 지점에 지하구조물인 대전차구를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대전차구는 땅속에 속이 빈 콘크리트 상자를 묻어뒀다가 유사시 상자를 폭파시켜 구덩이를 만드는 시설이다.
하지만 이런 시설은 공사비가 방호벽의 갑절이 넘게 들기 때문에 자치단체에는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의정부시는 “비용이 부담되지만 군사도시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지우고 교통 흐름 개선 등 주민 편의를 위해 앞으로도 계속 군부대와 협의를 거쳐 방호벽 철거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신재 기자 oh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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