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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일본군 ‘위안부’와 한센 피해자를 바라보는 일본 태도가 다른 이유는?

등록 2021-04-26 19:48수정 2021-04-27 10:12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열린 ‘한국 한센가족피해자들의 일본 정부에 대한 제1차 보상청구 관련 한일 변호단 기자회견’에서 황광남 일본가족소송원고단부단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열린 ‘한국 한센가족피해자들의 일본 정부에 대한 제1차 보상청구 관련 한일 변호단 기자회견’에서 황광남 일본가족소송원고단부단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제 강점기 강제격리된 한센인의 가족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보상청구를 낸 가운데, 피해자 변호단은 ‘일본 정부가 보상을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자국민 피해자도 있기 때문에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달리 한센가족피해자 보상에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이유에서다.

한·일 변호사로 꾸려진 한센가족보상청구 변호단은 26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교육문화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센가족피해자 62명이 일본 정부에 보상을 청구한 경위와 과정 등을 설명했다. 보상을 청구한 한센가족피해자들은 일제강점기 일본의 차별과 인권침해 행위로 고통받은 한센인의 자녀들이다. 일본 한센가족피해자보상법에 따라 일본 정부는 일제강점기 한센 격리 정책을 반성하고 사죄하는 의미에서 광복 전 태어난 한센인 자녀와 배우자 등에게 180만엔(약 1850만원)을 보상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지난 19일 일본 후생노동성에 피해자 보상청구서를 제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국의 한센변호단은 한국의 피해자들이 보상을 신청하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전남 소록도에 자혜의원을 세운 뒤 국내 한센인을 격리하기 시작한 건 1917년이다. 이곳에서 일본은 한센인을 강제노역에 동원하고 그들을 상대로 단종(강제불임) 수술을 하는 등 각종 인권침해 행위를 일삼았다. 일본이 국내외 한센인 격리의 근거가 된 ‘나예방법’을 폐지한 건 1996년이 돼서였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일본은 2006년 ‘한국·대만 등 다른 나라 한센인 피해자에게도 보상금을 지급한다’는 취지의 한센보상법 개정안을 내놓았고, 2006~2016년 한국의 한센 피해자 590명이 1인당 800만엔(약 8250만원)의 보상금을 받았다. 2019년엔 한센인 가족에 대해서도 피해를 보상한다는 가족보상법이 만들어지면서 국내 한센인 가족들도 조금이나마 피해를 배상받을 길이 열렸다. 일본 한센변호단의 쿠니무네 나오코 변호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가족보상법에 ‘해방 이전 한센인 가족에 대해 보상한다’는 점을 명기했기 때문에, 이 법에 따라 (일본 정부가) 보상을 거부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센인에 대한 일본 정부의 시각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나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대할 때와 사뭇 다르다. 가족보상법 전문에는 “(강제격리라는) 비참한 사실을 회개와 반성의 뜻을 담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깊이 사과한다”는 문장이 쓰여있을 정도다. 하지만 일본군 ‘위안부’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사죄와 배상책임은 거부하고 있다.

쿠니무네 변호사는 “‘위안부’ 문제나 강제징용 문제와 다른 지점은 (한센 피해자에게는) 보상법이 있다는 것”이라며 “일본은 본국과 한국, 대만에 철저하게 한센병 정책을 시행했다”고 말했다. 일본이 과거 자국민에 대해서도 격리 정책을 펼쳐 피해자를 양산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 피해자에게도 책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2005년 도쿄지방법원이 대만 한센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문에도 “(일본 피해자에게만 보상하고) 대만 피해자에게 보상하지 않는 것은 헌법 제14조의 평등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한센피해자가족인 재일동포 황광남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센피해자가족 소송이 시작된 건 2016년 2월부터로, 3년 동안 법정에서 호소해 2019년 6월 승소했다”며 “그것이 가족보상법 성립으로 이어져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앞으로도 한센인에 대한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한센가족보상청구 변호단 단장인 조영선 변호사는 “피해자들을 만나 2차, 3차 보상 청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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