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들이 국회에 ‘피자상자’를 배달했다

‘안전배달료’ 등 정책 요구안 피자상자에 담아
‘라이더 노동환경 개선 정책 배달’ 진행

배달노동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이 2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책요구안이 담긴 피자상자를 의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강재구 기자.

팔다리에 두툼한 보호대를 찬 배달 노동자들이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본청 앞에 모였다. 이들 양손엔 매일같이 주문을 받고 날랐던 피자 상자가 들렸다. 하지만 상자 안 내용물은 달랐다. 상자 안엔 ‘100% 사용자부담 산재 적용’, ‘배달업 등록제’, ‘안전배달료’ 등 배달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정책안이 담겼다. 노동자들이 직접 의원들을 상대로 ‘정책배달’에 나선 것이다. 상자를 받은 의원들은 “노동환경 개선에 힘쓰겠다”고 화답했다.

배달 노동자 노동조합 라이더유니온은 28일 오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에 근로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날 라이더유니온은 △플랫폼 업체 갑질 금지 △안전배달료 도입 △보험료 현실화 등 정책 요구안을 피자 상자에 담아 의원들에게 전달했다.

이날 ‘정책배달’을 받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코로나 상황에서 국민들이 일상을 유지할 수 있던 건 이 자리에 있는 우리 사회의 필수노동자인 배달노동자 덕분이다”며 “그럼에도 최저임금도 안 되는 상황에서 장시간 노동을 하는 등 최소한의 노동권 보장이 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필수노동자의 위상에 걸맞게 배달료를 올리고 혁신의 이름으로 노동착취를 일삼지 못하도록 노동자들과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장철민 민주당 의원은 “플랫폼 노동의 형태가 많아지고 있는데 제도적인 측면에서 많이 늦은 것 같아 반성하게 된다”며 “확실히 연구하고 개선해서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드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새로운 노동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개념도 만들어봤지만 아직 미비하다”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여야 가릴 것 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봉규 라이더유니온 부위원장은 “배달대행업체와 관련된 법규가 없는데, 하루빨리 고민해 좋은 법안을 발의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라이더유니온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정의당, 기본소득당 당사 등에도 정책배달을 진행했다.

강재구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