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윤·김재연·김미희 옛 통합진보당 전 의원들이 29일 서초동 대법원 법정 앞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의 위헌 정당 해산 결정으로 국회의원직을 잃은 옛 통합진보당 의원들이 “국회의원 지위를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은 헌재의 위헌 정당 해산 결정이 나오면 소속 국회의원은 곧바로 의원직을 상실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국회의원과 달리 해당 정당 소속 지방의원은 역할과 지위 등의 차이를 이유로 의원직을 유지한다고 봤다.
대법원 3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옛 통진당 소속 김미희·김재연·오병윤·이상규·이석기 전 의원이 국가를 상대로 낸 국회의원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돼 해산됐음에도, 소속 국회의원이 직을 유지한다면 해산된 정당의 이념을 따르는 국회의원이 계속 정치적 의사형성 과정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게 돼 실질적으로 정당이 존속·활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헌재의 위헌 정당 해산 결정에 따른 효과로 소속 국회의원은 그 직을 상실한다”고 밝혔다.
옛 통진당 의원들은 2014년 12월 헌재가 통진당 해산을 결정하면서 법적 근거 없이 소속 의원 5명의 의원직 상실까지 함께 결정했다며 이듬해 1월 소송을 냈다. 앞서 1심은 “원고들의 의원직 상실은 헌재가 헌법 해석·적용에 대한 최종 권한으로 내린 결정이므로 법원이 이를 다투거나 다시 심리·판단할 수 없으므로 소송은 부적법하다”며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해 법원이 원고의 주장을 판단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것이다.
반면 2심은 법원이 의원직 상실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며 본안심리를 진행했다. 재판부는 “이석기 전 의원은 내란선동죄 등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피선거권을 잃어 소송을 다툴 이익이 없고, 나머지 4명의 의원도 헌재 결정 효과로서 당연히 의원직을 상실한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 의혹 사건’에도 등장했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헌재를 견제할 목적으로 “의원직 확인 권한은 법원에 있다. 헌재가 의원직 지위 여부까지 판단한 것은 월권”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담당 재판부에 전달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다.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은 이와 관련한 혐의가 인정돼 지난달 23일 열린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한편,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같은 날 옛 통진당 소속 이현숙 전 전북도의회 의원의 지위 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지방의회의원은 국회의원과 역할과 헌법·법률상 지위 등 본질적 차이가 있고 비례대표 지방의회의원의 의원직 상실이 헌재 정당 해산 결정 취지에서 곧바로 도출된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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