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9일 온라인 명예훼손죄를 ‘친고죄’가 아닌 ‘반의사불벌죄’로 정해놓은 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 당사자가 아닌 제3자도 고발을 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처벌하지 못한다. 이와 달리 ‘친고죄’는 피해자가 고소해야만 처벌할 수 있다.
헌재는 이날 ㄱ씨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를 ‘친고죄’가 아닌 ‘반의사불벌죄’로 정한 것은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 심판을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29일 밝혔다.
◇친고죄 : 피해자나 법률이 정한 사람이 고소·고발해야만 처벌할 수 있는 범죄다. 모욕죄가 대표적이다. 친고죄는 범인을 안 날로부터 6개월 안에 고소해야 한다.
◇반의사불벌죄 :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밝히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범죄다. 피해자 외에 제3자도 가해자를 고발할 수 있지만, 이때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다.
ㄱ씨는 연예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팬들로부터 고발돼 법원에서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은 뒤 헌재에 “개인의 명예훼손죄를 ‘반의사불벌죄’로 정해 제3자가 고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밝힌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한 ‘반의사불벌죄’다. 피해자가 별다른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공소제기를 할 수 있다는 취지다.
헌재는 “친고죄의 범위를 넓히면 피해자가 범죄자의 보복 또는 사회적 평판이 두려워 고소를 하지 못하게 될 우려가 있다”며 “입법자는 공소권 행사와 제한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를 달리 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보통신망법 명예훼손죄를 반의사불벌죄로 정한 것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지난 8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를 ‘반의사불벌죄’에서 ‘친고죄’로 개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이날 헌재 결정에 따라 향후 입법 과정에서 논란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최 대표는 이동재 전 <채널에이(A)> 기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온라인상에 유포한 혐의로 한 시민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했다. 검찰은 최 대표를 기소했고, 지난 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첫 공판이 열렸다. 최 대표가 자기 사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개정안을 발의했다는 점에서 ‘셀프구제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손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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