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남성과 10대 남성이 성희롱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성희롱, 성별 고정관념에 대한 인식은 20대에서 가장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는 6일 연령과 성별에 따른 성희롱 인식과 성평등 의식 수준을 설문 조사해 분석한 ‘성희롱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는 지난해 10월21일부터 11월16일까지 초등학생(5·6학년), 중·고등학생, 대학생, 성인 등 1만21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는 ‘성희롱은 거부 의사를 표현하지 않은 사람의 책임이 크다’, ‘성희롱은 친근감의 표현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다’, ‘성희롱 피해는 과장되는 경향이 있다’, ‘자연스러운 성적 표현이 성희롱으로 오해되기도 한다’ 등 성희롱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담은 문항에 대해 ‘전혀 그렇지 않다'(1점)∼‘매우 그렇다'(6점)로 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조사결과 전체 남성 평균은 2.80점, 여성 평균은 2.04점으로 남성이 성희롱에 대해 오해하는 경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60대가 2.96점으로 가장 높았고, 50대(2.72점), 10대(2.70점), 40대(2.56점), 30대(2.19점), 20대(2.01점) 순으로 나타나 대체로 고령일수록 성희롱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성별과 연령을 함께 보면, 60대 남성(3.10점)과 10대 남성(3.07점)이 성희롱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컸다. 20대 여성과 30대 여성은 각각 1.75점, 1.98점이었다. 20대 남성(2.60점)과 20대 여성의 차이는 0.85점으로 다른 연령대(0.50∼0.70점)보다 성별 간 인식 차이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적으로 가족을 부양해야 할 책임은 여자보다 남자가 더 크다', ‘여자들은 직장에서 옷차림, 화장 등 외모에 신경 써야 한다’, ‘남자는 약한 모습을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 등 성평등 의식 관련 문항 4개를 같은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남성 평균은 3.50점, 여성 평균은 2.48점으로 조사됐다. 특히 ‘여자들은 힘든 일은 하지 않으면서 동등한 권리만을 주장한다’는 문항은 남녀 간 평균 차이가 1.58점으로 가장 컸다. 모든 연령대에서 남성이 여성에 견줘 성별 고정관념에 ‘그렇다’라고 답하는 비율이 높았다. 20대 남성(3.51)과 20대 여성(2.41)의 성평등 의식 차이가 1.10점으로 가장 컸다. 이어 10대 0.91점, 30대 0.84점, 50대 0.69점, 60대 0.69점, 40대 0.63점 순이었다.
최근 3년간 성희롱 피해 경험에 대한 질문에는 여성 41.6%가 ‘있다’고 답해 남성(12.4%)보다 높았다. 성희롱 대처 방법에 대해서는 ‘불쾌하다는 표정과 행동으로 중단할 것으로 요구한다'(73.8%·복수응답)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모르는 척하거나 슬쩍 자리를 피한다'(31.6%) 등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답변이 많았다.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이유로는 ‘보복 또는 불이익을 당할까 봐 걱정돼서’(60.4%·복수응답), ‘실질적인 처벌을 할 것 같지 않아서’(44.8%) 등을 꼽아 2차 피해 우려와 관련 절차에 대한 낮은 신뢰를 보였다.
인권위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연령과 성별을 고려해 성희롱에 대한 국민의식 개선을 위한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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