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간 노동자가 돌아오는 길에 졸음운전으로 추정되는 교통사고를 내고 사망했더라도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부(재판장 김국현)는 숨진 직원 ㄱ씨의 유가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경기 평택시의 한 대기업 1차 협력사 직원이던 ㄱ씨는 2019년 12월, 회사 차를 운전해 충남 아산시에서 열린 협력사 교육에 참석했다. 교육을 마치고 회사로 복귀하던 중 ㄱ씨의 차량이 중앙선을 넘었고, ㄱ씨는 맞은편에서 오던 6.5t 트럭과 충돌하는 사고로 숨졌다. 근로복지공단은 해당 사고가 ㄱ씨의 중앙선 침범에 따른 것이라며 “교통사고처리특례법의 ‘범죄행위’를 원인으로 사망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처분했다. ㄱ씨의 유가족은 이에 반발해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ㄱ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가 맞다며 유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돼 발생한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ㄱ씨의 행위를 ‘범죄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ㄱ씨가 (중앙선을 넘는) 법 위반행위를 했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범죄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고, ㄱ씨의 법 위반행위와 업무 관련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가 업무 차량을 이용해 출장을 다녀오던 길에 발생한 사고라는 점, 수사기관이 고인의 중앙선 침범 이유를 졸음운전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 또한 업무와 관련 없는 사유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점, 고인은 1992년 운전면허를 취득한 후 교통법규 위반이나 교통사고 경력이 없는 점 등을 들어 업무 관련성이 있는 사고라고 봤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가 오로지 고인의 과실로 발생했다고 해도 협력사 교육에 참가했다가 근무지로 복귀하는 업무수행 과정에서 발생했음을 고려하면, 고인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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