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기소하며 공소장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언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 전 장관도 관련 수사 외압에 관여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조 전 장관은 관련 내용을 부인했다.
13일 이 지검장의 공소장을 보면,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는 2019년 김 전 차관 출금 관련 검찰 수사 과정에서 이광철 당시 청와대 민정비서실 선임행정관(현 민정비서관)과 조국 당시 민정수석 등이 관여한 대목을 적시했다. 당시 조국 수석이 이광철 행정관을 통해 이규원 전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의 수사 사실을 전해 듣고, 이를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현 사법연수원 부원장)에게 전달해 이 검사에 대한 안양지청 수사를 막았다는 것이다.
공소장에는 수사 외압에 이성윤 지검장의 ‘윗선’이 관여했다고 보는 수사팀의 시각이 자세히 담겨 있다. 2019년 김 전 차관 출금 조처를 한 이규원 검사는 그해 6월 무렵 조사단에서 근무하며 친분을 맺은 박아무개 검찰수사관을 통해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자신을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사법연수원 동기로 평소 친하게 지내던 이광철 행정관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고 한다. 이 행정관은 이를 다시 조국 민정수석에게 전달하며 “이규원 검사가 곧 유학 갈 예정인데 검찰에서 이 검사를 미워하는 것 같다. 이 검사가 수사받지 않고 출국할 수 있도록 검찰에 이야기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이에 조 수석은 그 내용을 그대로 법무부 윤대진 검찰국장에게 전달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시했다.
윤 국장은 사법연수원 동기로 개인적인 친분이 있던 이현철 안양지청장(현 서울고검 검사)에게 전화해 조 수석의 요구사항을 전달했고, 이 지청장은 배용원 안양지청 차장검사 등에 “이 검사의 피의자 입건 및 추가 수사는 일단 중단하고, 법무부에서 수사 의뢰한 부분에 대해서만 우선 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배 차장검사 역시 수사팀에 “이 검사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가혹하지 않으냐”라고 말하며 수사 중단을 지시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에 조국 전 장관은 이날 자신의 에스엔에스(SNS)에 “저는 이 건과 관련해 어떤 ‘압박’도 ‘지시’도 한 적이 없다”고 즉각 반박했다.
검찰은 공소장에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김 전 차관 출금 과정에 관여한 정황도 담았다. 당시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이 “안양지청이 출입국본부 직원들의 휴대전화를 빼앗으려 하고 귀가를 하지 못하게 한다”고 보고하자, 박 장관은 윤대진 검찰국장을 불러 “내가 시켜서 직원들이 한 일을 조사하면 나까지 조사하겠다는 것이냐. 그리고 검찰이 아직도 그런 방식으로 수사를 하느냐”고 질책하며 경위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한편, 검찰은 이 지검장 공소장에 언급한 윤대진 전 검찰국장, 이현철 전 지청장, 배용원 전 안양지청 차장검사의 의혹을 1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했다. 공수처는 이날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의혹 수사 건과 관련해 윤대진, 배용원, 이현철 검사 사건 이첩받았다”며 “기록 확보 후 사건분석 등 세밀한 검토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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