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도서관 1983년 연설 영상 공개

1983년 3월5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미국 필라델피아 템플대학교에서 ‘민중의 한과 우리 세대의 사명’을 주제로 연설하고 있다. 김대중도서관 제공
*영상 녹취록
민중의 한의 해소를 판소리를 통해서 설명(3분 12초)
민중의 한은 원한이 아닙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수로써 풀리지 않습니다. 그 소망의 성취로써만 풀립니다. 우리 민중의 한을 가장 잘 대표하는 것이 우리나라에 있는 판소리입니다. 이 판소리는 가장 우리 민중의 한을 잘 대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춘향전을 보면 춘향이의 한은 결코 자기를 그렇게 괴롭히고 감옥에 들어가서 곤장을 때리고 수청 안 든다고 해서 박해한 신관사또 변 사또에게 보복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암행어사 출두해서 이몽룡이가 춘향을 석방시킨 후에도 변 사또에 대해서 춘향이로 인해서 보복하지 않습니다. 다른 탐관오리로서의 조건 때문에 봉고파직 하는 것입니다. 춘향이의 한은 자기를 사랑하는 이 도령과 맺어짐으로써 풀립니다. 보복으로써 풀린 것이 아닙니다.
심청이의 한은 심청이가 공양미 삼백 석에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서 인당수에 몸을 던지고 들어가지만 하늘의 옥황상제가 이것을 기특히 여겨가지고 심청이를 구출합니다. 황후가 되게 만듭니다. 황후라면 여자로서는 최고의 부귀영화입니다. 그렇지만 심청이의 한은 풀리지 않습니다. 왜, 심청이의 한은 아버지가 눈 뜨는 데 있습니다. 그러므로 봉사 맹인잔치를 해가지고 아버지가 눈을 뜰 때 비로소 심청이의 한은 풀립니다. 흥부는 자기가 배고팠던 그 생활로부터 해방돼서 제비가 갖다준 박에 의해서 부자 됨으로써 족합니다. 자기가 부자가 되고 나서 자기를 그렇게 박해했던 형에 대해서 보복하기는커녕 오히려 재산을 나눠줍니다.
이와 같이 우리 국민의 한은 좌절된 소망을 기다리고 기다리면서 성취하도록 노력해서 그 성취를 통해서 풀리는 것이지 결코 보복이라던가 원한으로 풀리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 민중이 가지고 있는 한, 나중에 말하겠습니다만은 그것을 집약하면 국토의 분단과 독재정치인데 우리의 한은 우리 땅에서 독재정치를 종식시키고 갈라진 두 동강의 나라를 하나로 합쳐서 남북이 통일될 때만 우리 민중의 한은 풀리는 것입니다.
광주민주화운동 해결에 있어 김대중의 화해, 용서, 관용의 정치(2분 52초)
여러분 우리는 이 다섯 가지 한. 통일에 대한 한, 민주주의를 이루지 못한 독재에 대한 한, 군인들의 정치개입에 대한 한, 부익부빈익빈의 경제 현실에 대한 한, 그리고 민권기관의 좌절에 대한 한. 이 한을 풀어야 합니다. 이 한을 푸는 것이 오늘의 우리 민중이 구원받는 길이고 이 한을 푸는 것이 우리가 사는 길인 것입니다. 이 한을 푸는 거라는 것은 바꿔 말하면 광주에서 죽은 우리 영령들의 한, 광주 한은 이제는 광주에서 죽은 광주사람만의 한이 아니라 한국 국민 전체의 한이오, 양심을 가지고 있는 온 세계의 한입니다.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도 대한민국에서 이와 같은 다섯 가지 한을 푸는 것도 이 모든 것이 광주 한을 푸는데 우리가 집중함으로써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여러분에게 말하고 싶습니다.광주의 한을 푸는 것은 광주의 사람들에게 총질한 사람들에게 똑같이 보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까 내가 한에 대해서 여러분께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광주의 민중들이 가슴에 품고 죽었던 그 한, 자유롭고 정의로운 나라에 살고 싶다, 인간이 인간 대우를 받는 나라에 살고 싶다, 내 자식들을 위해서 이런 죄악된 나라를 후손에게 남겨주고 싶지 않다. 그러면서 죽어간 그 광주 한을 민주회복을 통해서 풀어주는 것만이 오늘의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 간의 갈등을 해결하고 정부와 국민 모두가 다 같이 구원받고 서로 화목하고 서로 단결하고 서로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것을 나는 여러분에게 분명히 말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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