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 당시 헬기로 광주를 방문해 계엄군에게 사격명령을 내렸다’는 취지의 증언을 보도한 <제이티비시>(JTBC)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항소심에서도 패소했다.
서울고법 민사13부(부장판사 강민구 정문경 장정환)는 최근 전씨가 제이티비시를 상대로 낸 정정보도 청구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제이티비시는 2019년 3∼5월, 1980년 5월 당시 미군 정보여단 소속이었던 김용장씨와 공군 706보안부대장 운전병이었던 오원기씨를 각각 인터뷰한 내용을 보도했다. 김씨는 방송에서 “전씨가 (1980년) 5월21일 점심시간쯤에 헬기를 타고 광주에 왔다”며 “(광주에) 이미 와서 대기하고 있었던 정호용 특전사령관, 505보안부대장 이재우 대령과 전투비행단장실에서 만나서 어떤 회의를 했고, 거기서 사살명령이 하달됐다고 (내가 미군에 직접) 보고했다”, “전씨가 헬기로 서울로 돌아간 이후에 바로 광주도청 앞에서 집단 발포, 사살행위가 이뤄졌다”고 증언했다. 오씨도 ‘1980년 5월21일 오전 10시30분쯤 용산헬기장에 가서 광주로 향하는 전씨를 직접 봤다’고 언급했다. 전씨는 광주에 간 사실과 사격명령을 한 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있는데, 이를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보도 뒤 전씨는 “제이티비시가 허위의 사실을 적시해 명예가 훼손됐다”며 정정보도 청구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 모두 방송사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제이티비시 기사 내용이 ‘사실’을 다룬 것이 아닌 ‘의견’에 불과하다며 “이 보도가 사실적 주장임을 전제로 한 원고(전 씨)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보도는 원고가 1980년 5월 21일 광주에 방문한 사실, 정호용 등과 회의한 사실, 시위대에 대한 사격명령을 하달한 사실에 관한 김용장 등의 새로운 증언이 나타났음을 밝히며 진술 신빙성을 추적하는 흐름으로 구성된다”며 “단정적 표현을 사용해 사실의 존재를 암시했다기보다 원고 측 주장과 배치되는 김용장 등의 새로운 주장을 소개함에 그치고 있다”고 판단했다.
전씨는 김씨가 군사 정보관이 아니라 미군 계약직 통역관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원고의 주장을 인정할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그 내용은 지엽말단적인 사소한 것에만 관련돼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가 원고의 사회적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 해도 원고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그것이 허위임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발포 명령 주체를 포함한 원고의 광주 방문 여부 등에 관한 사법부의 명시적 판단이 이뤄진 바 없고, 여전히 정부와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 등 시민단체에 의한 진상조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 또한 “1심이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에 항소심에서 추가로 채택해 조사한 증거를 보태어 보더라도 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이 정당하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