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들이 고소장을 반려하고 이에 항의하는 민원을 재차 지연·거부했다면 해당 시민에게 위자료를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ㄱ씨가 국가와 경찰관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ㄱ씨는 2015년 4월 ㄴ씨에게 운송료 40만원을 받지 못했다며 고소장을 제출하기 위해 경찰서를 찾았다. 당시 당직이던 ㄷ경위는 “고소 내용은 형사사건이 아닌 민사상 채무불이행 사건”이라며 고소장을 접수하지 않고 되돌려줬다. 이후 ㄱ씨는 수원지검에 관련 형사사건 고소장을 제출했고, ㄴ씨는 사기죄로 약식기소돼 벌금 30만원 약식명령이 확정됐다. 그러자 ㄱ씨는 경찰 청문감사실에 “ㄷ경위가 고소장 접수를 반려한 것은 비위행위”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그는 또 수일 뒤 청문감사실 소속 ㄹ경위에게 전화해 “민원서류를 내기 위해 방문하겠다”고 했으나 ㄹ경위는 바쁘다며 거절했다. 이에 ㄱ씨는 경기지방경찰청에 ㄷ경위와 ㄹ경위에 대한 민원을 냈고, 이들은 각각 경고처분을 받았다. 이후 ㄱ씨는 이들과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 피해를 주장하며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이다.
1심은 ㄱ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원고패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를 인정해 ㄷ경위에게 50만원을, ㄹ경위에게는 30만원을 위자료로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들은 경찰공무원으로서 ㄱ씨가 제출하려는 민원서류를 접수하고 처리할 의무가 있는데도 고의 또는 중과실로 기본적인 접수절차를 밟지 않고, 처리를 지연 또는 거부해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며 “이로 인해 ㄱ씨는 정신적 고통을 당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이를 확정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