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ㅣ 그날도 경비실엔 불이 켜졌다(남궁현)
대학생들은 2020년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을까? ‘제8회 송건호 대학사진상’ 수상작과 전시작 27점을 통해 그들이 우리 사회의 어떤 현장에 주목했는지 살펴본다. 지난해 5월 입주민의 갑질에 시달리다 유서를 남기고 숨진 경비원을 위한 추모제의 남은 분위기를 찍은 남궁현(연세대)씨의 ‘그날도 경비실엔 불이 켜졌다’가 대상을 받았다. 김병훈(상명대)의 ‘의성 쓰레기산’이 최우수상을 받았고 유준상(중앙대)의 ‘치유’, 전민석(동양미래대)의 ‘대한민국의 아름다우신 노동자들’, 강정우(청주대)의 ‘함께라면’이 우수상을 받았다. 수상작과 전시작 전체를 보면 노동, 인권, 노인, 환경 등에 대한 주제가 가장 많았다.
청암언론문화재단과 한겨레가 공동주최한 2021년 ‘제8회 송건호 대학사진상’의 수상작과 전시작은 24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2층에서 전시된다. (02)722-9969.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2층에서 제8회 송건호 대학사진상 시상식을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맨 왼쪽부터 김현대 <한겨레> 대표이사, 대상 남궁현, 최우수상 김병훈, 우수상 유준상·전민석·강정우, 김태진 청암언론문화재단 이사.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심사는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박지수 보스토크 편집장, 이정우 한겨레 선임기자가 맡았다. 대상 ‘그날도 경비실에 불이 켜졌다’를 보는 심사위원들의 의견들 속에 어떤 사진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가 잘 녹아들어 있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의 슬픈 단면을 잘 담아냈다. 경비실 노동자가 지냈던 경비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뒷모습으로 분노보다 더 큰 슬픔의 공감을 표현했다. 한편 어둠 속에 우연히 지나가는 행인의 스치는 모습은 갑질에 분노하고 슬퍼하지만 또 누군가는 무심히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사회의 단면을 상징하고 있는 것으로 읽혔다.”라고 말했다. 이 선임기자도 “떠난 이의 일터와 추모객, 남은 이웃들을 중층적으로 담아내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칭찬했다. 대상 수상자 남궁현씨는 수상소감에서 “영광스러운 수상 소식에도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습니다. 이후 경비원 처우개선과 같은 변화의 움직임이 일어난 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그의 죽음이 일주기를 갓 넘긴 지금, 고용 불안정에서 비롯된 '임계장(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 문제는 현재진행형입니다. 많은 분께 제 사진이 임계장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
수상작과 전시작의 대부분은 뉴스를 따라 목적을 갖고 찾아가서 찍었거나 낯선 거리에서 뉴스를 발견해낸 사진들이다. 박 편집장은 “사진을 찍는 일의 미덕 중 하나는 자신의 주변을 살피게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소외된 이웃을 살피는 것으로도 충분히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선임기자는 “학생 사진가들의 렌즈는 우리 공동체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문제들을 놓치지 않았다”고 격려했다.
최우수상 ‘의성 쓰레기산’은 농촌지역에 쌓인 쓰레기가 농민을 위협하고 또 쓰레기를 처리하는 노동자들도 힘들게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박 편집장은 “우리 모두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사건을 그에 걸맞은 분위기로 잘 표현하였다”고 했다.
심사위원들은 우수상으로 선정된 작품에 대해 “한 자리에서 자신의 삶에 충실한 구두수선공의 모습에서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치유’-김 교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이 맡은 일을 묵묵하게 해내는 청소 노동자의 존재를 환기”(‘대한민국의 아름다우신 노동자들’-박 편집장), “보는 이에게 선명하고 명쾌한 메시지를 전해준다”(‘함께라면’-박 편집장)라고 평했다.
2020년 한해를 관통했고 현재도 진행형인 코로나19로 인한 일상의 변화를 다룬 사진들이 수상작과 전시작 중 몇 되지 않았다. 김 교수는 “2020년을 특징짓는 핵심어는 ‘코로나19’다. 관련 작품들이 출품됐지만 코로나19의 본질과 단면을 드러내는 작품을 보기 힘들어서 아쉬웠다. 매년 진행되는 사진상에 대학생들이 그해의 화두를 관통하는 작품들을 더 출품하기를 기대해본다.”라고 당부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우수상 ㅣ 대한민국의 아름다우신 노동자들(전민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