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공덕동의 모텔 건물에 불을 지른 혐의로 체포된 조아무씨가 지난해 11월 서울 마포구 서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마포구의 한 모텔에 불을 질러 8명의 사상자를 낸 70대 남성에게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문병찬)는 21일 현주건조물방화치사 및 치상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조아무개(70)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서울 마포구 공덕동의 한 모텔에 투숙하던 조씨는 지난해 11월 25일 새벽 2시 38분께 모텔 주인 박아무개씨에게 술을 요구했다가 거절당하자 말다툼을 벌인 뒤 자신의 방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이 화재로 투숙객과 모텔 주인 15명 중 11명이 연기를 흡입하고 화상, 타박상 등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3명이 일산화탄소 중독 등으로 끝내 목숨을 잃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다른 사람이 투숙하는 모텔에 불을 질렀는데도 조치하지 않고 혼자 도망쳐 참혹한 결과가 발생하는 등 죄질이 극도로 나쁘다”며 “피해자와 유가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고 피해보상 조차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조씨는 재판 과정에서 ‘불을 지른 적이 없고 불을 냈다고 하더라도 고의로 사람을 죽이기 위해 불을 지른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하지만 재판부는 경찰 조사자료와 소방서의 화재원인조사 결과 보고서 등을 근거로 조씨가 고의로 불을 낸 것이 맞다고 봤다. 재판부는 “과거에도 방화미수죄 등으로 징역형 집행유예 처벌을 받은 적이 3번 있고, 집행유예 기간에 또다시 범행을 저지르고도 부인하면서 개선의 여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월 열린 결심 공판에서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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