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인권위 “채플 수업 강요는 종교 자유 침해…대체과목 개설해야”

등록 2021-05-24 13:01수정 2021-05-25 02:15

“수강거부권 인정하거나 대체과목 개설해야”
국가인권위원회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국가인권위원회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대체과목 없이 채플 수업 참석을 강요하는 것은 학생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24일 사립종립대학(종교 단체에서 설립하여 경영하는 대학)인 ㄱ대학교가 채플 수업을 필수 과목으로 지정해 학생들의 개별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사실상 종파교육을 강요함으로써 학생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ㄱ대학교 총장에게 채플 수업을 대체할 수 있는 과목을 마련하는 등 학생 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ㄱ대학교 학생인 진정인은 “채플 수업을 필수과목으로 개설해 모든 학생들에게 채플 수업을 강제하고, 해당 수업을 이수하지 않을 시 졸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은 학생 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ㄱ대학교 총장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ㄱ대학교는 “채플 수업은 비신앙 학생에게 기독교에 대한 바른 이해를 통해 기독교적 소양과 사회가 요구하는 지성을 함양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고, 종교 전파에 대한 강제성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인권위 조사결과, ㄱ대학교는 보건인력 등 전문직업인 양성을 교육목표로 하는 대학으로 기독교 신앙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학과를 두고 있거나 신입생의 지원자격을 기독교인으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 ㄱ대학교는 대학 설립이념인 기독교정신 전파를 위해 채플 교과목을 교양필수 교과목으로 지정해 1학년 학생 모두에게 수강하도록 하면서, 채플 교과목을 이수하지 못할 경우 졸업을 할 수 없도록 학내 규정으로 정하고 있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교과목은 개설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ㄱ대학교의 채플 수업내용이 설교, 기도, 찬송, 성경 봉독 등으로 구성돼 사실상 특정 기독교 교회의 예배행위와 다를 바 없고, 기독교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종파교육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사립종립대학은 종교행사의 자유와 대학 자치의 원리에 따라 종교적 건학이념을 교육과정을 통해 실현할 폭넓은 권리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특정 종교의 전파를 목적으로 하는 종파교육은 피교육자인 학생의 동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ㄱ대학교가 학생의 개별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사실상 종파교육을 강요함으로써 학생의 종교의 자유(특정 종교를 믿지 않을 소극적인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대학의 경우 학교 선택권이 자유로우므로 입학 자체가 종파교육에 대한 동의로 볼 수 있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했다. 인권위는 “우리 대학구조상 사립대학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그 중에서도 30% 이상이 종립대학”이라며 “학생들의 대학선택 기준이 본인의 자발적 선택이라기보다는 대학 서열화에 따른 타의적 요소가 다분히 작용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ㄱ대학교와 같은 종립대학 입학이 종파적 종교교육에 대해 학생들이 무조건 동의하는 것으로 추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사립종립대학이 종교교육의 자유를 누리면서 학생들의 종교의 자유와 교육 받을 권리를 동시에 보장하는 방법은 종파적 교육을 필수화하는 경우, 비신앙 학생들에게 그 수강거부권을 인정하거나 대체과목을 개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는 ㄱ대학교 총장에게 종파교육을 대체할 수 있는 과목을 개설하는 등 학생 개인의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김윤주 기자 kyj@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