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울산시장(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 박형철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 더불어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수사 의혹사건의 두 번째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하명 수사 의혹’ 사건 재판에서 검찰이 “청와대 비서실이 비리 첩보 문건을 작성해 수사기관에 하달한 건 정당한 직무 범위에서 벗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송철호 울산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공소시효 6개월’ 주장에 대해서도 검찰은 “비공무원의 선거개입 범죄도 공소시효 10년”이라고 반박했다.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3부(재판장 장용범) 심리로 열린 이 사건 2회 공판에서 검찰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피고인들의 주장에 대해 의견서를 내어 반박했다. 우선 검찰은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쪽이 재판부에 제출한 ‘김기현 전 울산시장(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비리 첩보 문건 작성 및 이를 경찰에 하달한 것은 국정 관련 여론 수렴 및 민심 동향 파악에 해당한다’는 의견서에 대해 “국정 관련 여론 수렴과 관계없고, 민심 동향 파악과도 동떨어진다”고 주장했다. 백 전 비서관은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해주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 작성한 김기현 시장 비리 첩보 문건을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통해 경찰로 내려보낸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민심 동향 파악을 위한 것이라면 그 내용이 민정수석이나 대통령에 보고돼야 하나, 청와대 관련자 진술 가운데 이 보고서가 민정수석이나 대통령에게 보고됐다는 내용은 없었다”며 “범죄 첩보서가 대통령 보좌를 위한 거라면 대통령기록물에 해당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관리되어야 하지만 청와대에 보관돼있지 않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비서실은 권한이 남용될 우려가 있어 권한 범위에 관한 해석이 엄격해야 한다. 특히 과거 대통령 산하 직속기관에서 선출직 공무원을 무분별하게 사찰한 것에 대한 반성으로 대통령 비서실 직제는 감찰 대상을 명확히 한정하고 감찰 업무 주체, 절차상 한계도 함께 적어 권한 남용을 방지하고 있다”며 “백 전 비서관 주장처럼 비위 정보 수집이 민정비서관실 직무 범위에 포함된다고 하면 공무원 불법 사찰이 무분별하게 이뤄질 수 있고, 이는 감찰 한계를 무력화한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도 검찰은 송철호 시장과 송병기 전 경제부시장이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민간인이었다”며 ‘공소시효 6개월’을 주장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직선거법의 공소시효를 규정한 제268조는 선거법 위반 범죄의 공소시효를 ‘선거일 후 6개월’을 기본으로 하되, 공무원이 지위를 이용해 선거법 위반 범죄를 저지른 경우 ‘선거일 후 10년’의 시효를 두고 있다. 두 피고인은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모두 민간인이었다는 점을 들어 공소시효 6개월이 지났다고 주장해왔다. 이에 검찰은 “입법 목적과 문헌해석에 의하면 공무원 선거개입 범죄는 공무원, 비공무원 관계없이 공소시효가 10년”이라며 “범죄에 가담한 비공무원에게 6개월 공소시효를 적용하면 비공무원은 처벌이 안 되는 불합리가 발생하고, 이는 공직선거법 입법 목적과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일부 피고인들이 혐의 인정 여부나 검찰 신청 증거에 대한 의견을 재차 밝히지 않아 재판부가 독촉하는 일도 있었다. 이진석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쪽은 지난 10일 열린 1회 공판기일에서도 “기록 열람·등사를 마치지 못했다”며 피고인 중 유일하게 혐의를 인정하는지 여부를 밝히지 않았는데, 이날도 “복사는 다 했는데 기록이 방대해서 (다 보지 못했다)”라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나머지 14명의 피고인 쪽 일부도 이날까지 송병기 경제부시장의 수첩 등 증거물에 대한 증거인부(검찰이 제출한 증거에 대해 변호인이 동의·부동의 여부를 밝히는 것)를 마치지 못했다. 이에 재판부는 “변호인 증거인부 정리가 돼야 채부결정(재판부가 증거신청을 채택할지를 결정하는 것)을 할 수 있다”며 “(증거 의견서도) 재판 전날, 재판 당일 이렇게 내서는 재판 기일이 공전할 수밖에 없다. 이른 시일 안에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2018년 울산경찰청장 재직 시절 청와대 하명을 받아 김기현 시장을 ‘표적 수사’했다는 혐의를 받는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재판에 출석하며 “하명수사는 검찰이 꾸며낸 사건”이라며 “검찰권 남용의 종합판이다. 부정선거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송철호 시장의 당내 울산시장 경선 경쟁자였던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경선을 포기하는 대가로 고베 총영사직을 제안한 혐의를 받는 한병도 민주당 의원(당시 청와대 정무수석)은 “(범죄) 공모가 이뤄지려면 관계가 입증되어야 하는데 (송철호) 울산시장은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고 만난 적도 없었다. 진실이 밝혀질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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