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베트남 출신 유학생들과 함께 28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을 추진한 경북 문경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제공
경북 문경시가 농촌 인구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농촌 미혼 남성과 베트남 유학생의 만남을 주선하는 사업을 추진한다는 공문을 외부에 보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베트남 유학생들은 “문경시가 이주여성을 모욕하고 인권을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은 베트남 출신 유학생들과 함께 28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을 추진한 문경시를 규탄했다. 이들은 “사업 자체가 이주여성에 대한 성차별이자 인종차별”이라며 “상업적 국제결혼의 문제를 관리·감독해야 할 지방자치단체가 오히려 이를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날 “문경시가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을 통해 이주여성의 평등권, 인격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지난 4월 문경시는 한 출입국민원 대행기관에 ‘인구증가를 위한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 추진 협조문’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는 “농촌의 인구 증가와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혼인 연령을 놓친 농촌 총각과 베트남 유학생의 자연스런 만남을 통한 농촌 총각 장가보내기를 추진코자 하오니 많은 협조를 바란다”는 설명과 함께 맞선과 교제, 출산, 보육과 관련한 문경시의 지원 내용이 담겼다.
베트남 출신 유학생 ㄱ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당국이 베트남 학생들을 한국 미혼 남성들의 잠재적 결혼 상대라고 여기는 것”이라며 “이는 베트남 여성, 특히 저희와 같은 여성 대학생들이 결혼만을 위해 한국에 왔다는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편견을 심어주는 결과를 낳는다. 우리는 양질의 교육을 받기 위해 유학 비자를 받고 한국에 왔다”고 지적했다.
베트남 출신 유학생 ㄴ씨는 “인구 감소에 대한 대책이 농촌 총각과 베트남 유학생의 결혼을 추진하는 것이라니 너무나도 모욕적이며 베트남 유학생 당사자로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문경시는 베트남 유학생이 마치 경제적 지원과 비자 문제만 해결된다면 아무 남자와 결혼할 수 있는 대상인 것처럼 만들었다”며 “이는 여성을 출산도구로 여기는 성상품화이며 특히 내국인 여성을 대체하는 방식으로 베트남 여성을 지목한 것은 명백한 인종차별”이라고 비판했다.
베트남 유학생들은 문경시장의 사과와 해당 사업의 추진 과정 조사, 문경시 공무원들에 대한 인종차별 방지 교육을 요구했다.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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