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반포 한강공원 인근 수중 수색을 통해 손정민씨의 유류품을 찾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한강공원에서 실종됐다가 숨진 채 발견된 고 손정민씨가 범죄에 연루됐거나 타살됐을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경찰은 손씨 사건의 수사 기록을 서울지방경찰청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등 온라인 공간에서 퍼지는 무분별한 의혹 제기에 반박하고 나섰다.
29일 방송된 <에스비에스>(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는 손씨의 죽음을 둘러싸고 제기되는 타살설을 실험으로 검증했다. 이날 방송은 △친구 ㄱ씨가 잔디밭에서 손씨를 밀어 강으로 굴러떨어지게 했을 경우 △ㄱ씨가 물가 돌무더기에 있던 손씨를 밀었을 경우 △ㄱ씨가 손씨를 물속으로 끌고 들어갔을 경우 등을 재현해 실험을 진행했다. 실험 결과 손씨와 ㄱ씨가 술을 마신 지점은 수심이 어른 발목 높이 정도로 낮아, 밀쳐서 익사시키기는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누군가가 잔디밭에 누워있던 손씨를 끌고 물속으로 들어갔을 경우 역시, 돌무더기를 지나는 과정에서 시신에 많은 상처가 남아야 한다는 점 등에 비춰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에 출연한 전문가들은 “타살 가능성은 작다”고 입을 모았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한강은 24시간 목격자가 넘쳐나는 곳”이라며 “트인 공간에서 살인의 고의를 가진 자가 살인을 하기는 굉장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이) 범죄 사건이 되려면 ㄱ씨가 현장에 다시 나타나면 안 되고, 손씨의 전화기가 발견되면 안 됐다”고 주장했다. 프로파일러 권일용 동국대 겸임교수도 “범죄는 동기가 분명해야 하고 기회가 있어야 하는데 한강에서는 그 동기와 기회가 실현될 가능성이 작다”며 “범죄를 계획하기에는 (한강공원이라는 장소가) 적절하지 않다”고 분석했다.
손씨의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타살 가능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는 나오지 않고 있다. 경찰이 지난 27일 서울경찰청 홈페이지 ‘보도자료’ 게시판에 공개한 23쪽 분량의 수사 진행 상황 설명자료에도 타살설을 뒷받침할 정황은 없었다.
경찰은 사건 당일 목격자와 차량 블랙박스 영상 등을 추가로 확보하고,
30일 발견된 ㄱ씨 휴대전화를 분석하는 등 의혹 규명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경찰이 ㄱ씨의 편에서 유리한 결론을 세워두고 수사를 진행한다’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경찰은 선을 그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우리는 아들을 잃은 손씨의 아버지에 깊이 공감하고 있고, 사실관계를 놓고 다툴 의도는 없었다”며 “다만, 명백하게 사실이 아닌 내용이 일부 유튜버와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유포됐는데 이 부분을 바로잡기 위해 공식 발표자료를 냈다”고 설명했다. 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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