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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로펌 대표 성폭력 피해자 “사망 뒤 수사종결 관행 멈춰야”

등록 2021-05-31 16:11수정 2021-06-01 02:42

후배 변호사 성폭행 사건 피해자쪽 기자회견
“지난 6개월 수사에 대한 경찰 판단 알고 싶다”
로펌 미투 사건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인 이은의 변호사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로펌 미투 사건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인 이은의 변호사가 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초임 변호사를 성폭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로펌 대표변호사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 쪽이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를 촉구하고 나섰다. 피해자 쪽은 “더는 같은 피해자가 생겨선 안 된다는 생각에 고소에 나섰다”며 “피의자가 사망해도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한 수사와 판단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선·후배 변호사 간 위계에 따른 성폭력 문제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소통 창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 법률대리를 맡은 이은의 변호사는 31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변호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가해 변호사 ㄱ씨에게 피해자가 당한 성폭력 사실을 밝히고, 고소에 나서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이 변호사의 말을 종합하면, 해당 로펌에서 변호사 실무수습을 마치고 취업한 피해자는 지난해 3월 ㄱ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한다. 피해자는 거부 의사를 밝히고 저항했지만, ㄱ씨는 이후에도 지속해서 성추행 및 성폭행했다는 게 피해자 쪽의 설명이다. 피해자가 그해 5월 퇴사 뜻을 밝히자, ㄱ씨는 사과의 뜻을 전하고 연봉인상 등을 권했다고 한다. 피해자는 “더는 피해자가 생겨선 안 된다”는 생각에 지난해 말 그를 고소했고, ㄱ씨는 성폭행 혐의 등으로 지난 4월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 이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진 뒤인 지난 26일 숨진 채 발견됐다.

이날 피해자 쪽은 “ㄱ씨의 사망으로 수사기관이 수사를 중단하는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찰은 수사 중인 사건의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그를 재판에 넘기지 못한다는 의미의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수사를 종결하는 게 일반적이다. 앞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경찰청도 박 전 시장의 사망에 따라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긴 뒤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은의 변호사는 “피의자 사망으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하는 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사건의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한 수사와 판단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며 “이는 피해자가 피의자의 사망으로 떠안을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도, 피의자의 극단적 선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해자가 숨지면 수사도 끝나고 그의 사망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백래시(반발)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사건 실체를 파악하고 피해자의 일상 회복을 위해서라도 수사를 한 뒤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피해자도 이날 입장문을 내어 “(가해자의 성폭력으로) ‘내 한 몸도 못 지킨 내가 변호사 자격이 있을까’란 질문을 1년간 계속 던졌다”며 “사법부와 수사기관으로부터 ‘나를 혐오할 필요 없다’고 확인받고 싶다. 지난 6개월간 수사하고 결론을 내린 서초서의 판단과 이를 근거로 한 검찰 입장을 알고 싶다”고 밝혔다.

새내기 변호사가 성폭력 피해를 겪어도 곧바로 신고하기 어렵게 만드는 데 일조하는 변호사 실무수습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신입 변호사는 변호사법에 따라 로펌 등에서 6개월간 실무수습을 받는다. 실무수습 때 평가가 이후 채용이나 법조계 평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지금 구조 아래에서는 선배 변호사에게 성폭력이나 ‘열정 페이’ 같은 갑질 피해를 봐도 제대로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이 사건 피해자도 해당 로펌에서 수습 기간을 포함해 1년2개월가량 일하며 ㄱ씨에게 심리적으로 위축된 상태였다고 한다.

변협은 이날 성명을 내어 “이 사건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다”며 “직장 내 괴롭힘 및 성폭력 등 문제에 신규 변호사들이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울 수 있는 점을 이해하고, 보다 쉽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변협 내 소통 창구를 마련해 문제 해결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변호사 윤리연수에 직장 내 괴롭힘과 성차별·성희롱·성폭력 예방을 위한 내용을 보강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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