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기사 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는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택시기사에게 준 1천만원은 합의금이지, 블랙박스 영상 삭제 대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경찰의 사건 처리 과정에 개입한 의혹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용구 차관은 3일 기자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사건 당시 폭행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2일 보도된 영상 장면이 작년 11월6일 밤 택시기사 폭행 당시의 모습이 맞다. 술에 만취해 사람과 상황을 착각한 상태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어떠한 이유라도 사람을 폭행한 사실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음을 잘 알고 있다”며 “아무런 잘못이 없는 택시기사 분에게 피해를 입힌 점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택시기사 분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합의금을 보낸 배경도 밝혔다. 그는 “(지난해) 11월8일 사과와 피해회복을 위해 택시기사 분과 만났고 진심으로 사죄한 뒤 합의금 1000만원을 송금했다”며 “통상의 합의금보다 많은 금액이라고 생각했지만 당시 변호사였고 공수처장 후보로 거론되던 시기였기 때문에 위 금액을 드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합의를 하면서 어떤 조건을 제시하거나 조건부로 합의 의사를 타진한 사실은 전혀 없었다”며 “합의금이 영상 삭제 대가인 것처럼 일부 언론에서 보도했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차관은 합의 뒤 피해자 진술과 관련해 택시기사와 이야기를 나눈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3일 택시기사 ㄱ씨는 경찰 피해자 조사에 앞서 이 차관이 “택시가 멈춘 뒤 자신을 깨우는 과정에서 폭행이 이뤄졌다는 내용으로 경찰에서 진술해달라”는 취지로 거짓 진술을 요구받았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피해회복을 받은 피해자와 책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가해자 사이에 간혹 있는 일이지만 변호사로서 그런 시도 한 점은 도의적으로 비난받을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택시기사 분은 경찰 조사에서 실제 있었던 대로 운전석에서 멱살을 잡혔다고 진술했고 이 진술을 토대로 사건 처리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증거인멸교사’ 부분에 대해선 “증거인멸죄로 입건까지 이뤄진 택시기사에게 송구하다”며 “합의 종료 뒤 택시기사에게 ‘영상을 지우는 게 어떠냐’고 요청했고 택시기사는 이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이어 “영상을 지워달라고 한 이유는 택시기사가 카카오톡으로 보내준 영상이 제3자에게 전달되거나 유포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지 블랙박스 원본 영상을 지워달라는 뜻은 전혀 아니였다”고 말했다. 이 차관은 “택시기사는 이에 대해 ‘보여주지 않으면 되지. 뭐하러 지우냐’며 거절했고 영상 원본을 보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차관은 경찰의 사건 처리 과정에 개입한 의혹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서초(경찰)서 사건 처리 과정에 어떤 관여나 개입도 하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며 “공직에 임명되기 이전의 사건이지만 이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하여 송구스러운 마음이고 특히 억울하게 입건까지 되신 택시기사 분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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