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연맹은 3일 오전 국회 앞에서 힐튼 서울 호텔 노동자 생존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강재구 기자.
“멀쩡한 호텔이 팔린 뒤 폐업되고 신축 주거용도로 분양된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피를 말리는 심정으로 매일 마지막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 호텔 로비와 식당 등을 지켜온 노동자 1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서울 중구에 있는 힐튼 서울호텔에서 10여년 이상 음식 조리, 시설 관리, 판촉일 등을 도맡아 온 노동자들이다. 힐튼 서울호텔은 최근 국내 한 자산운용사가 인수를 추진하는 중인데, 호텔 폐업 뒤 오피스 빌딩이 들어선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노동자들은 대량 해고가 이뤄질까 불안해 하는 중이다. 이들은 “힐튼이 무너지면 함께 일해 온 노동자들의 생존도 무너진다.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연맹(서비스연맹)은 이날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회에 지속가능한 관광산업을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노조는 호텔 매각 뒤 주거용 건물 등으로 변경을 하는 행위가 부동산 투기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코로나로 잠시 힘들다고 호텔을 오피스텔로 개발하려는 건 나쁜 자본의 전형이다”며 “자본논리를 좇아 노동자들의 생존은 안중에도 없고 부동산 투기행위와 결탁하는 일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최대근 밀레니엄힐튼서울 노조위원장은 “(매각 협상으로) 힐튼 서울호텔에서 일해 온 700여명의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전원 해고 통보를 받은 셈이다”며 “힐튼 또한 다른 호텔들과 비슷한 폐업 절차를 진행할 텐데 노동자들의 생존 또한 건물과 함께 무너질 것”이라 지적했다. 코로나의 여파로 올해 초 영업을 종료한 르메르디앙 서울호텔과 쉐라톤서울팔래스 강남호텔도 부동산개발회사 등에 팔린 뒤 주상복합 건물 등 주거용 건물로 개발될 예정이다.
이들은 “관광산업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현재 부동산 투기 매각으로 심각한 고용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힐튼 노동자들의 고용유지와 관광산업 발전 대안 마련에 국회와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강재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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