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남성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살해 동기가 없고 딸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ㄱ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ㄱ씨는 2019년 8월 서울 한 호텔에서 당시 7살인 친딸 ㄷ양의 목을 조르고 물이 담긴 욕조에 넣어 질식사 또는 익사시킨 혐의로 기소됐다. ㄱ씨는 2017년 6월 이혼하고 ㄴ씨와 동거를 시작했는데, ㄴ씨는 ㄷ양을 ‘마귀’라 부를 정도로 미워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런 정황을 바탕으로 ㄱ씨가 ㄴ씨를 위해 ㄷ양을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호텔에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수사과정에서 ㄱ씨는 현장에 없었던 ㄴ씨와 범행을 공모하는 듯한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하지만 ㄱ씨는 재판에서 이런 혐의를 극구 부인했다.
1심은 ㄱ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징역 2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1심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ㄱ씨가 딸을 살해할만한 뚜렷한 동기가 없고 ㄷ양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을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2심은 “ㄱ씨와 ㄷ양은 사망 전 여느 부녀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며 “ㄱ씨가 ㄷ양을 살해할 만한 뚜렷한 동기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원은 ‘당시 ㄱ씨가 크게 울며 통곡했고 통상 사고를 당한 딸을 봤을 때 부모들이 괴로워하는 모습처럼 보였다'고 진술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ㄷ양의 주검을 보면 익사 또는 경부압박 질식사로 살해됐음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 ㄷ양이 욕조 안에서 미끄러져 쓰러지면서 사고로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보고 이를 확정했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