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마약·대마 등으로 적발된 마약류 사범이 역대 가장 많은 1만8천여명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마약 범죄 관련 통계를 작성한 1990년 이래 최대 수치다. 코로나19로 다크웹이나 텔레그램을 통한 ‘비대면 거래’가 늘었고, 19살 이하 청소년 마약류 사범 역시 급증하는 추세다.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부장 신성식)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20년 마약류 범죄백서’를 발간했다고 9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류 사범 적발인원은 전년 1만6044명 대비 12.5% 증가한 1만8050명이다. 이중 밀조·밀수·밀매 등 공급사범은 4793명으로 전년 4225명대비 13.4% 증가했다. 특히 국내 마약류 공급 원천인 ‘밀수사범’은 16년 383명에서 지난해 837명으로 4년 사이 118.5%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19 상황에 따른 비대면 거래 증가와 다크웹이나 텔레그램 등을 통한 마약 밀수입·판매가 늘었기 때문이다. 최근 마약 거래는 저렴한 가격으로 대마 종자와 장비 등을 구매해 아파트나 창고 등에 전문 재배시설을 갖추고 대마를 재배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다크웹 등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 특히 주거지 빌라에 멸균기, 현미경, 엘이디(LED)조명 등 전문적이고 대량생산이 가능한 재배시설을 갖추고 환각버섯을 재배해 43회에 걸쳐 판매 광고를 한 마약사범이 붙잡히기도 했다. 환각버섯 재배는 고도로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다. 또 대마 재배와 판매를 넘어 대마 액상 카트리지까지 직접 제조해 유통한 마약사범이 처음으로 적발되기도 했다.
주거지에서의 대마·환각버섯 재배 사진. 대검 제공
더 심각한 문제는 인터넷 등을 통한 마약류 접근이 쉬워지면서 19살 이하 청소년 마약사범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청소년 마약사범은 313명으로 전년 239명 대비 31.0% 증가했다. 2016년 121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4년 사이 158.7%나 급증한 수치다. 대검은 “스마트폰 이용이 보편화되면서 청소년들이 각종 어플이나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마약류 판매 광고에 쉽게 노출되고 호기심에 이를 구입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코로나19 영향으로 입출국이 곤란해지자 국내 체류 외국인이 자국 공급책과 공모해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 등을 이용해 마약류를 밀수입하는 사례도 늘었다. 지난해 적발된 외국인 마약사범은 1958명으로 전년 대비 28.1% 늘었다.
이에 검찰은 해외 유입 마약류를 사전에 차단하고 국제 공조수사 및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인터넷 등을 통한 마약류 밀수를 차단하기 위해 인터넷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수사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