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7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출석하러 나온 김재철 당시 <문화방송>(MBC) 사장. 탁기형 기자
2012년 <문화방송>(MBC) 노동조합 파업 당시 회사 임직원들의 이메일 등을 열람할 수 있는 사내 보안프로그램 설치·운영을 묵인한 김재철 전 사장 등 경영진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문화방송이 김재철 전 사장과 이진숙 전 기획홍보본부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김 전 사장 등은 문화방송에 약 1865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 본부는 2012년 1월부터 7월까지 170여일간 문화방송의 정상화와 공정방송 실현을 위한 파업을 벌였다. 같은 해 4월 김 전 사장이 임명한 차재실 전 정보콘텐츠실장은 임원들에게 보안 강화 필요성을 지적받아 보안프로그램 마련 등의 내용이 담긴 ‘아이티(IT) 보안 강화 방안’을 세워 이 전 본부장 등에게 보고했다. 차 전 실장은 보안프로그램 ‘트로이컷’을 최종 선택해 인트라넷에 접속하는 컴퓨터에 트로이컷을 설치한 뒤 같은 해 6월부터 8월까지 직원들이 회사 컴퓨터로 발송한 525개의 이메일, 파일 등을 열람했다.
당시 차 전 실장은 직원들에게 프로그램의 각종 특성 등을 미리 알리지 않았고 정보보호서약서나 동의서도 받지 않았다. 그 뒤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가 트로이컷 설치·도입에 반발하자 정식 도입이 중단됐고, 사내 직원 컴퓨터에 설치된 트로이컷을 일괄 삭제했다. 차 전 실장은 정보통신망 침해 등의 혐의로 기소돼 2016년 6월 벌금 700만원의 형을 확정받았다.
1·2심은 김 전 사장 등이 차 전 실장의 불법행위를 알게 됐으면서도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고 묵인·조장해 가담한 행위는 임무위배행위에 해당한다며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차 전 실장이 불법행위를 주도한 만큼 손해배상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거나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없다”며 김 전 사장 등의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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