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군 부대에서 성추행 피해를 본 뒤 극단적 선택에 내몰린 이아무개 중사 사건이 발생하면서 부적절한 군 지휘부의 대응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창룡 경찰청장을 비롯한 경찰 지휘부가 젠더 폭력 예방교육을 받는다.
1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김 청장과 송민헌 차장을 포함한 경찰청 고위 간부 23명은 오는 30일 오전 10시에 경찰청에서 ‘좋은 리더를 위한 젠더 폭력(성매매·가정폭력) 예방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경찰청 지휘부만을 대상으로 별도의 젠더 폭력 예방교육을 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 등 공공부문 고위직 인사들의 성희롱 사건 이후 여성가족부는 ‘2021년 성희롱·성매매·성폭력·가정폭력 예방교육 운영지침’을 마련해, 지방자치단체장과 국가기관 고위직들이 별도의 성폭력 예방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했다. 경찰청 지휘부를 대상으로 교육할 강사로는 여성인권교육센터 ‘경계너머’의 이선희 대표가 나선다. 이 대표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젠더폭력예방통합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여가부는 올해 들어 개정한 ‘성희롱·성폭력 예방지침 표준안’에서 기관장과 고위직 공무원의 성폭력 예방 의무를 강조하고 있다. “평소 기관장 등 고위직의 언행은 사내 분위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직장 내 성폭력 등이 허·불용 되는 환경으로 연결된다”며 “기관장 등 고위직은 조직 내 성희롱·성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할 책임이 있고, (성폭력) 사건 발생 시 피해자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설명이다.
경찰청은 “이번 강의에선 지휘부가 참석하는 가운데 성매매와 가정폭력에 초점을 맞춰 성폭력 예방교육이 이뤄질 것”이라며 “(예방교육을 통해)경찰 지휘부가 고위 관리자로서 젠더 폭력 예방 필요성을 이해하고, 경찰 조직문화의 성평등 인식을 높이기 위한 책임을 인식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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