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갈무리
“축하합니다! 서류전형에 합격하셨습니다.”
2년 만에 진행되는 근로복지공단 신입 직원 채용에 지원하는 ㄱ씨는 지난 11일 서류전형 합격 소식을 받았다. 그러나 ㄱ씨는 오는 19일 치러지는 필기시험에 참여할 수 없다. 합격 안내 문구 뒤에 이어진 “(코로나19) 격리 중인 자는 고사장 출입이 불가능합니다”라는 공단의 지침 때문이다. ㄱ씨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밀접접촉자로 분류돼 2주 자가격리를 해야한다. ㄱ씨는 확진자와 2m 이내로 접촉하거나, 함께 식사도, 대화도 하지 않았지만, 같은 공간에 있었다는 이유로 밀접접촉자 통보를 받았다. ㄱ씨는 코로나19 신속 유전자증폭(PCR·피시아르)에서도 ‘음성’ 결과를 받았고, 현재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는 “정부의 철저한 방역지침, 노파심으로 비롯된 기준 이상의 방역지침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강한 방역지침이 있다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안전벨트도 같이 만들어져야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방역책임을 시험응시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14일 2021년 근로복지공단 신입 채용 공고 등을 보면, 근로복지공단은 올해 채용 과정에서 코로나19 확진자뿐만 아니라 자가격리자까지 모두 필기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고 공지했다. 근로복지공단 외에도 몇몇 공단도 자가격리자의 시험 응시 불가 지침을 공지한 상태다. 확진자에게도 응시기회를 주는 다른 시험과 형평성이 맞지 않고, 기준도 불분명 하다는 논란이 응시자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
지난해 공무원·경찰관·소방관 등의 채용시험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경우 확진자에게도 응시기회를 제공했고, 올해 현재 공무원 시험은 확진자와 자가격리자에게 기회를 주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지난 2월에 공개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예방을 위한 시험방역관리 안내 개정판’을 보면 “입원통지서 또는 격리통지서를 받아 격리 중인 자는 원칙적으로 시험장 출입이 금지되나, 시험 주최기관은 보건당국과의 협의를 거쳐 별도 시험장 준비 등 감염 예방에 필요한 방역 조치와 수험생 관리체계를 마련하여 시험에 응시하게 할 수 있”다고 권고한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자가격리자에게 응시기회를 줄 경우 일반 수험생과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일반 시험장과 분리된 별도 시험장을 마련하면 된다는 지침을 내린 상태다.
ㄱ씨는 근로복지공단의 결정에 대해 “2019년에 서울지역 정규직 일반전형을 19명 뽑았고, 지난해에는 한 명도 뽑지 않았다. 2년만에 채용 공고가 떠서 서류합격까지 해서 이번에는 ‘꼭 가야지’ 생각했다”며 “올해 자가격리자라고 응시를 못 하면, 내년에 과연 얼마나 뽑을지, 뽑긴할지 알 수 없다”고 토로했다. ㄱ씨가 공단 누리집에 문의를 하니, 이날 현재까지 “관련 내용은 현재 확인 및 논의 중에 있습니다. 추후 유선으로 관련 답변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라는 답변이 왔다고 한다.
근로복지공단 필기시험 응시자는 4600명가량인데 자가격리 대상자, 확진자 수는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공단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에 “현재 질병관리청에 문의해 자가격리 대상자, 확진자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그 뒤 자가격리자에 대한 시험 응시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아직 볼 수 있다, 없다 확실하게 답변을 드리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산업인력공단도 자가격리자의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를 금지해 ‘방역 책임을 수험생에 전가했다’는 논란이 인 바 있다.
ㄱ씨가 받은 근로복지공단 신입지원 채용 서류합격 통보. “자가격리통지서를 받아 격리 중인 자는 고사장 출입이 불가능합니다”라고 공지됐다.
채윤태 이우연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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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격리자는 공인중개사 시험 못봐” 응시자 울리는 산업인력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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