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원 검사가 지난달 26일 새벽 정부과천청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에 연루된 이규원 검사와 차규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본부장의 재판에서 재판부가 이들을 기소한 검찰의 처분은 적법하다는 판단을 내놨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선일)는 15일 허위 공문서 작성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검사와 차 본부장의 두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공소제기가 위법하다는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며 “변경이 불가능하거나 확정적으로 말하는 건 아니지만, 잠정적으로는 검찰의 공소제기가 적법한 것을 전제로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 검사 쪽은 “검찰 수사와 기소 처분이 부당하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자신의 사건은 검찰이 아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할이라는 취지다. 하지만 헌재는 ‘재판 과정에서 이 검사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고, 재판 절차가 남아 있기 때문에 헌재가 개입할 수 없다’며 이 검사의 청구를 각하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제기가 적법하다’는 전제로 재판을 계속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재판부는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사건이 이들 사건과 관련이 있지만 쟁점이 다르기 때문에 병합심리는 적절하지 않다며 검찰의 병합심리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두 사건이 비슷한 시기에 결론이 날 수 있게 재판을 병행할 예정이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도 받아들였다. 검찰은 공소장 변경을 통해 김 전 차관의 출국금지를 둘러싼 의혹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윤대진 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이 개입한 정황도 추가했다. 검찰은 차 본부장이 2019년 3월22일 밤 10시58분께 김 전 차관이 이튿날 새벽 12시20분께 출국할 예정이라는 말을 전해 듣고 ‘무조건 출국을 저지하라’는 취지로 지시했고, 그 뒤 김오수 검찰총장(당시 법무부 차관)에게 ‘진상조사단 소속 검사 요청을 받아 김 전 차관을 출국 금지하겠다’는 취지로 보고했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용구 당시 법무부 법무실장이 차 본부장에게서 전해 들은 내용을 윤 전 국장에게 전했고, 윤 전 국장은 조 전 장관(당시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에게 전했다고 봤다. 검찰은 조 전 수석에게 전화를 받은 이 비서관이 곧바로 차 본부장에게 전화해 이 검사의 연락처를 알려줬다고 주장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과 이 검사 쪽 변호인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이 “공수처가 이 검사를 3차례 정도 조사했다”며 “조만간 추가 기소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하자, 이 검사 쪽 변호인은 “추가 기소 여부를 재판정에서 운운하는 것은 공수처에 선입견을 줄 수 있어 자제해달라”며 “기소가 될 걸 마치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반발했다. 이 검사와 차 본부장의 세 번째 공판준비기일은 오는 8월13일 열린다.
조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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