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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법원 “한일관계는 사법부가 따질 문제 아냐”

등록 2021-06-15 22:12수정 2021-06-16 02:23

‘강제동원 소송 각하’ 정면 비판
2019년 8월14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정의기억연대 주최로 제1400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및 제7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세계연대집회가 열렸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019년 8월14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로에서 정의기억연대 주최로 제1400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 및 제7차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세계연대집회가 열렸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울중앙지법 민사51단독 남성우 판사가 한국 내 재산 목록을 제출하라고 일본 정부에 명령한 것은 실효성이 커 보이지는 않는다. 우선 재판 자체에 무대응하면서 1심 패소 판결에 항소도 하지 않은 일본 정부가 명령을 따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또 국내에 일본 정부 재산이 따로 있을지 불확실한데다, 대사관 등 공관 관련 재산은 빈 협약에 의해 강제집행 면제 대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상 책임을 부인하는 일본 정부를 상대로 판결 집행 의지를 강조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가 판결을 이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강제집행을 통해서라도 배상금을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

또 이번 결정은 일본 정부의 불법행위 배상 책임 여부를 따지는 본안재판은 아니지만 대일 과거사 소송의 쟁점을 망라하는 판단을 내놓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번 손배소(‘1차 소송’)를 둘러싼 소송비용 관련 결정, 위안부 ‘2차 소송’ 원고 패소, 최근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민간기업들을 상대로 낸 소송의 원고 패소 때 쟁점들과 관련해 ‘중대 불법행위 책임은 면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뚜렷이 제시했다. 일본이라는 국가(정부)는 외국 법원이 심판할 수 없다는 국가면제론,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사라졌다는 서울중앙지법 다른 재판부 판단을 정면 반박하는 내용인 것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34부(재판장 김양호)는 고 배춘희 할머니 등이 1월에 승소한 사건의 소송비용 정리 과정에서 국가면제론을 들어 ‘소송비용은 일본에 추심할 수 없다’고 3월에 결정했다. 통상 패소자가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게 원칙이지만, 이 재판부는 “외국에 대한 강제집행은 그 국가의 주권과 권위에 손상을 줄 우려가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다. 원고들은 이 결정에 불복해 14일 항고장을 냈다. 앞서 위안부 ‘2차 소송’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도 지난 4월 국가면제론을 내세워 각하 판결을 했다.

하지만 남 판사는 중대 인권침해 범죄에 대한 국가면제 인정은 오히려 국가들 간 우호관계를 해칠 수 있다며 “어떤 국가가 강행규범을 위반하면 그 국가는 국제 공동체가 정해놓은 경계를 벗어난 것이므로 그 국가에 주어진 특권(국가면제)은 몰수됨이 마땅하다”고 밝혔다.

남 판사는 일본 정부에 소송비용을 물게 할 수 없다고 한 같은 법원 민사34부가 이달 7일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을 상대로 낸 소송을 각하한 것도 정면 반박하는 듯한 판단을 내놨다. 남 판사는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청구권은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는 판단에 대해 “강제동원 노동자들의 일본 기업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청구권협정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소구할 수 있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고, 이 사건(위안부 사건) 배상 청구권 성격을 강제동원 노동자들의 배상 청구권과 달리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남 판사는 민사34부가 일본이나 미국과의 관계 악화 가능성을 배상 청구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로 꼽은 데 대해 대일관계 악화 문제 등은 행정부가 다뤄야지 사법부가 따질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나 일본 민간기업 재산에 대한 판결과 강제집행은 법리만 따져야지, 법원이 외교관계까지 판단 이유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는 얘기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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