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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내연 상대 승낙받고 집 드나든 남성, ‘주거침입죄’ 처벌될까

등록 2021-06-16 18:29수정 2021-06-17 02:47

내연여성 집 드나들다 그 남편에게 고발된 남성
대법원 공개변론 열어 주거침입 여부 논의 진행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ㄱ씨는 2019년 내연관계인 ㄴ씨의 집에 드나들었다가 주거침입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ㄴ씨는 결혼해 남편이 있었는데, ㄱ씨가 ㄴ씨 남편의 의사에 반해 집에 들어갔기 때문에 주거침입 혐의가 적용된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었다. 1심은 ㄱ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ㄱ씨가 ㄴ씨의 승낙을 받아 집에 들어간 점 등을 고려해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에 반발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6일 주거침입죄로 기소된 사건에 대한 공개변론을 열었다. 제삼자가 부부 중 한 명의 동의를 받아 집에 들어간 경우, 다른 거주자의 의사의 반하므로 주거침입죄가 성립된다고 봐야 하는지를 따져보기 위해서다. 그동안 대법원은 이 경우 주거침입이 성립된다고 봤다. 주거침입죄가 보호하는 이익은 ‘사적 생활관계에서의 사실상 주거의 자유와 평온’인데, 이는 그 집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권리여서 한 사람의 승낙이 다른 사람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에는 다른 거주자의 평온을 해치는 것이므로 주거침입이 성립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계 등에서는 꾸준히 반론을 제기해왔다. “집에 있는 거주자의 승낙을 받고 들어간 경우, 집에 없는 다른 거주자의 의사에 반한다고 해도 부재중인 다른 거주자의 평온이 깨졌다고 볼 수 없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검찰과 변호인은 이날 공개 변론에서 ㄱ씨를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있는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우선 검찰은 “공동거주자 사이의 개인적인 이익이 상반될 경우, 다른 구성원의 주거 평온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거주자 전원의 자유를 두텁게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기존 대법원 판결대로 ㄱ씨의 주거침입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불륜 사건은 부정행위를 목적으로 뒀기 때문에 사회통념상 남편의 반대 의사가 명확히 예상된다며 주거침입으로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쪽 참고인으로 나온 김재현 오산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사적 공간이 다른 사람에게 허락 없이 공개되면 안 된다”며 “사람이 있을 때뿐만 아니라, 비어 있는 집에 들어가도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ㄱ씨 변호인 쪽은 “주거침입죄는 주거출입에 대한 허락권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사실상의 주거 평온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라며 “거주자 일방의 의사에 반한다고 해서 주거침입이 성립한다고 볼 수 없고, 다양한 형태의 동거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기존 판례의 입장을 유지하면 처벌범위가 지나치게 확대된다”는 이유를 들어 무죄를 주장했다. 공동거주인 전원의 허락을 받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을 예로 들기도 했다. 변호인 쪽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성규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사건의 주거침입죄를 인정하면) 부모와 동거하는 자녀가 교제를 금하는 사람을 집에 들일 경우, 집에 온 이는 주거침입에 해당한다고 보게 되는 것”이라며 “자녀는 주거침입죄의 교사범, 종범, 심지어 공동정범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에 (주거침입죄는) 적절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날 공개변론에서는 ‘집을 나간 남편이 강제로 문을 따고 들어온 경우’도 주거침입에 해당하는지를 두고 토론이 이어졌다. 부부싸움 뒤 집을 나간 ㄷ씨는 한 달 뒤 집에 돌아왔는데, 처제가 문을 열어주지 않자 현관문 걸쇠를 부수고 집에 들어갔다가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공동주거침입)) 등으로 기소돼 1, 2심에서 모두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검찰은 “ㄷ씨가 문을 부수는 범죄행위를 저질렀고, 부부싸움 뒤 집을 나갔으므로 공동주거자의 지위가 유지되는지 의문”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반면 ㄷ씨 변호인은 “부부싸움은 했지만 이혼소송 중인 건 아니었고, 집에 ㄷ씨의 옷가지와 짐도 남아있었다”며 사실상 본인의 집에 들어간 것인 만큼 주거침입이 성립할 수 없다고 맞섰다.

대법원은 이날 공개변론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조만간 이들 주거침입 사건의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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