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대한민국 5천만 배꼽 가출시킨 주범, 이 세 남자

등록 2014-11-02 19:32수정 2014-11-03 00:28

“형 다같이 꽃 들고 한번 더 찍읍시다.” 이제 그만 찍자며 자리를 뜨려는 장덕균 작가(가운데)에게 최항서 작가(오른쪽)가 소리친다. 후배의 요구지만, 탐탁지 않은 사진 연출을 받아들일 형이 아니다. “너 혼자 망가져라.” 그리고 주변을 향해 추임새를 붙인다. “오늘은 항서를 밀어주자고.” 자주 만나지 못했다는데 어제 만난 사람처럼 주거니 받거니 농이 오간다. 이상덕 작가(왼쪽)는 “덕균 형과는 7년 만이고, 최 작가와는 4년 만에 본다. 존재만으로도 든든하다”고 했다.  김성광 기자 <A href="mailto:flysg2@hani.co.kr">flysg2@hani.co.kr</A>
“형 다같이 꽃 들고 한번 더 찍읍시다.” 이제 그만 찍자며 자리를 뜨려는 장덕균 작가(가운데)에게 최항서 작가(오른쪽)가 소리친다. 후배의 요구지만, 탐탁지 않은 사진 연출을 받아들일 형이 아니다. “너 혼자 망가져라.” 그리고 주변을 향해 추임새를 붙인다. “오늘은 항서를 밀어주자고.” 자주 만나지 못했다는데 어제 만난 사람처럼 주거니 받거니 농이 오간다. 이상덕 작가(왼쪽)는 “덕균 형과는 7년 만이고, 최 작가와는 4년 만에 본다. 존재만으로도 든든하다”고 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개그맨 들었다 놨다’ 코미디 작가
“와아~ 너무 재미있겠는데요.”(최항서 <웃찾사> 작가)

“어떻게 제가 감히 그런 자리엘.”(이상덕 <개콘> 작가)

“음…, 그래요. 오랜만에 얼굴들이나 한번 보지 뭐.”(장덕균 <코빅> 작가)

‘코미디 하는 남자들’이란 주제로 인터뷰를 요청하니 돌아오는 반응이 제각각이다.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코미디 프로그램의 메인 작가인 세 남자. <코미디 빅리그>(티브이엔)의 장덕균 작가와 <개그콘서트>(한국방송2)의 이상덕 작가, <웃음을 찾는 사람들>(에스비에스)의 최항서 작가는 성격처럼 서로 다른 ‘웃음끼’로 대한민국 코미디를 이끌고 있다. 코미디 프로그램은 7~9명의 대본 작가가 각각 코너 두어개씩을 맡고 메인 작가는 전 코너를 총괄한다. 지난 29일 한겨레신문사 사옥에서 세 사람이 모였다.

여자친구가 해보라고 해서…
17살이던 내가 더 잘 써서…
인기 개그맨 못 될 같아서…
데뷔 이유·개그 성향도 3인3색

■ 웃음을 찾는 ‘남자’들

“남자들이 군대처럼 갇혀 있는 삶을 많이 살아, 권위 파괴와 같은 파격적 생각에 우성인자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최 작가) “개그맨들이 매일 함께 회의하는 등 집단문화라, 그들을 이끌어간다는 의미에서 남자가 좀더 유리한 면도 있을 수 있고.”(장 작가) 요즘 예능의 메인 작가는 대부분 여성이다. 코미디 역시 대본작가의 절대다수는 여성이지만, 메인의 영역은 여전히 남자가 지키고 있다. 그 이유를 물으니 신중하게 답을 찾는다. 이 작가는 “1992년 <한국방송>이 쇼·코미디 작가를 공채로 뽑았을 당시 12명 중 9명이 남자였다”고 했다.

셋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장 작가는 1981년 17살의 나이에 <청춘만세>(문화방송)에서 작가로 데뷔했다. “티브이를 보다가 내가 더 잘 쓸 것 같아 직접 쓴 대본을 들고 당시 정동 엠비시에 가서 <청춘만세> 심상수 피디에게 주고 왔는데 다음날 연락이 왔다”고 했다. 역사학자가 되고 싶었다는 이 작가는 티브이 자막으로 나온 공고를 보고 여자친구의 권유에 “저정도쯤이야” 하는 치기로 원서를 냈고, 이듬해 붙었다. 최 작가는 “개그맨이 되고 싶었는데 당시는 이휘재 등 잘생긴 개그맨들이 대세라 작가를 지원했더니 덜컥 붙었다”고 밝혔다.

각기 필살기가 있었다. 장 작가는 정치풍자코너에서 탁월하다. 대학 3학년 때 한국 최초의 정치풍자 코미디로 꼽히는 <유머1번지>(한국방송)의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을 썼다. 재벌기업을 배경으로 정치적 상황을 그럴듯하게 버무렸다. 역시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을 풍자한 책 <와이에스는 못말려>는 50만부 이상이 팔렸다. 지난해 낸 <한반도를 웃겨라>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차기 대권후보로 예상한 ‘친구’라는 콩트가 최근 화제를 모은다.

이 작가는 생활 속 공감을 담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도 “획기적인 것보다는 자연스럽고 공감을 줄 수 있는 개그를 선호한다”고 했다. 호기심이 많고 혁신을 즐기는 최 작가는 “반전이 큰 개그를 좋아한다.”

■ 코미디 ‘세’ 리그

이 작가와 최 작가는 ‘장덕균식 코미디’를 보고 자란 ‘장덕균 키즈’들이다. 이 작가는 1992년 케이비에스 공채 합격 뒤 장 작가가 메인으로 있던 <폭소 아카데미> 막내 작가로 들어가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 작가는 “어떻게 하면 덕균 형을 따라갈 수 있을까, 형의 대본을 형광펜으로 그어가며 공식을 찾으려고 분석했다”고 했다. 세 작가는 <쇼 행운열차>(한국방송)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함께 작업했다.

이 분야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들이 강조한 것은 ‘공부’였다. 공통적으로 얘기하는 건 신문읽기다. 장 작가는 “신문 안 보고 무슨 작가를 하겠어. 작가는 잡학다식해야 하는데 신문 안에 어마어마한 소재가 다 있다”고 했다. 잘 때도 머리맡에 메모지를 둔단다. 그게 자루로 몇포대나 된다. 영화도 하루에 한편씩 본다. 소녀시대가 몇명인지 모를 것처럼 자칭 “고뇌하는 지식인처럼 생긴” 이 작가도 “걸그룹은 죄다 외운다”고 했다. “유행을 모르면 코너를 검사할 때 이해할 수가 없어요.” 보이그룹은? “남자는 뭐하러.” 최 작가는 “뭐든 거꾸로 생각해보려는 노력을 한다”고 했다.

신문 꼼꼼히 읽고 아이돌 꿰뚫고
클린턴 풍자 책 백악관 보내기도
시트콤·예능 등 외도했었지만
그래도 ‘우린 코미디 작가다’

코미디 작가로서 가장 힘든 건 소재의 제한이다. 최 작가는 “어떤 소재든 100% 자유롭지는 않다”고 했다. 특히 정치풍자 코너가 그렇다. 이 분야의 대가로 꼽히는 장 작가는 “오래전 당시 대통령 아들의 비리를 소재로 한 코너를 준비했는데 방송이 나가기도 전에 기사가 나갔어. 위에서 이거 빼라 저거 빼라 결국 17분짜리가 2분밖에 못 나갔다. 그나마도 몇차례 나가다가 폐지됐다”고 했다. 그래서 정치풍자에 관대한 외국 문화가 부럽다고 한다. “클린턴 대통령이 재임에 성공한 뒤 그를 풍자한 책을 출간해 백악관에 보냈더니 한달 뒤에 ‘당신의 사려깊은 선물에 감사한다’는 편지가 왔더라. <와이에스는 못말려> 책을 내고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거든.”

■ 세 남자의 개그 콘서트

여전히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코미디가 찬란하게 빛났던 80년대 이전을 생각하면 아쉬움도 있다. 이 작가는 “시트콤, 버라이어티가 인기를 끌 즈음 코미디는 유행을 따라가지 못하고 콩트에 갇혀 있었다”고 했다. 코미디 작가들에 대한 대우도 좋은 편은 아니다. 장 작가는 “프로그램 여러개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버라이어티 등과 달리 코미디는 1주일 내내 꼬박 시간을 쏟아야 한다”고 했다. 이런 이유로 이들은 한때 외도를 하기도 했다. 이 작가는 “코미디 생활이 너무 힘들어 시트콤을 했다”고 한다. 시트콤의 집필료가 코미디의 4배였단다. 최 작가도 <해피투게더> 등 버라이어티와 어린이 드라마 등을 집필했다. 그러나 결국은 다시 코미디다. 장 작가는 “<정글의 법칙> 만들 때 기획에 관여해 작가로 참여하려고 했으나 다리를 다쳐 포기했다. 코미디를 해야 하는 게 우주의 공작 같다”고 했다. 그들은 웃음의 희열 때문에 코미디를 놓을 수 없다고 했다. “녹화날 준비했던 게 맞아떨어질 때의 기분은 월드컵 결승골과 맞먹어. 그런 순간을 매주 맞이할 수 있는 게 얼마나 행복해.”(장 작가)

“공개 코미디에 갇혀 있는 게 아쉽다”는 세 사람은 더 새롭고 더 큰 웃음을 찾아 고민 중이다. 장 작가는 “예전 개그맨들이 나와 중장년층 이상이 즐길 수 있는, 삶의 깊이가 있는 코미디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최 작가는 “컴퓨터 그래픽을 결합한 코미디를 해보고 싶다”고 한다. 이 작가는? “소극장에서 하는 작은 코미디를 해보고 싶다”면서도 <개콘> 외에 다른 것을 하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싫다며 손사래를 쳤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 생활공감의 수재 이상덕 작가


이상덕 작가
이상덕 작가
2013년 <한국방송 연예대상> ‘코미디 부문 작가상’을 수상할 당시 그의 소감은 화제였다. “지금 채널을 돌리신 시청자분들은 휴먼 다큐가 아닐까 착각하시겠지만 연예대상이 맞다.” 다리가 불편한 그는 늘 지팡이를 짚고 다니지만, 그것마저 유머로 승화시킬 줄 아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다. 2006년부터 <개콘>의 인기를 이어오고 있다. 생활의 세밀함을 더한 개그를 좋아하는 그가 지금까지 나온 개콘 코너 중 가장 재미있게 본 건 ‘대화가 필요해’. “코너 검사를 맡는데 너무 웃다가 의자에서 넘어진 뒤에도 계속 웃었다”고 한다.



# 풍자의 대부 장덕균 작가


장덕균 작가
장덕균 작가
독특한 안경에 직접 맞췄다는 반지까지, 이런 패션 센스만큼 눈에 띄는 최초의 시도를 많이 했다. 17살에 작가가 됐고, 우리나라 최초의 시사풍자코너에 이어, 최초의 시트콤으로 불리는 <오박사네 사람들>을 선보였다. <개그콘서트>로 최초의 공개 코미디도 유행시켰다. 개그맨들이 “아버지”라 부를 정도로 친근한 성품을 지녔다. 은행원이 되라는 엄마의 말에 상고 시험을 봐 붙었다. 하지만 “도저히 적성에 맞지 않을 것 같아” 코미디 대본을 써 작가가 됐다. 이듬해 다시 일반계 고교에 들어갔다. 고교를 다니면서도 코미디 대본을 썼다.



# 기상천외 즐긴다 최항서 작가


최항서 작가
최항서 작가
두 작가에 견줘 버라이어티, 어린이 드라마 등 다방면에서 활동했다. 낚시도 좋아하고 배를 타는 것도 즐긴다. 기발한 아이디어를 좋아한다. <해피투게더> 사우나 코너의 아이디어를 낸 주인공이다. “유재석에게 메뚜기 탈을 처음 씌우기도 했다”고 한다. 1992년 에스비에스 코미디 작가 공채로 데뷔해 <열려라 웃음 천국> <깜짝 비디오쇼> <코미디 전망대> 등에서 활동했다. 코미디 외에 가장 즐거운 순간은 “안 믿겠지만 책 살 때”라고 했다. “보지는 않고 사기만 해도 미래가 풍요로워지는 느낌”이란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