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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남성들만의 안전장비에…여성들은 이렇게 깔창 3개를 깔아요

등록 2021-10-01 16:56수정 2021-10-02 11:35

맨사이즈 안전장비 사실상 기능 못해
건설 여성노동자의 사고위험 높히기도
직접 시중 장비 사거나 수선하며 ‘고투’
소병훈 의원 “신체 적합 보호구 의무화해야”
‘깔창을 3개 깐다. 시중에 파는 쓰리엠(3M) 장갑을 ‘내돈내산’해서 쓴다. 몸에 맞게 직접 수선한다.’

‘맨 사이즈’(man size) 안전장비를 지급받는 여성 건설노동자들이 제대로 일하려고, 다치지 않으려고 마련해온 자구책이다. 건설업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15년 15만5131명이던 여성 건설노동자는 지난 7월 기준 22만1000명으로 늘었다. 건설업 종사자 가운데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같은 기간 8.4%에서 10.4%로 늘었다. 이제 건설노동자 10명 중 1명 이상이 여성인 셈이다.

그러나 안전장비는 여전히 남성용, 이른바 ‘맨 사이즈(man size)’다. 남성 체격과 골격을 기본값으로 제작되어 여성 노동자에게는 크고 흘러내리며 걸리적거린다. 맞지 않는 안전장비는 사고 위험을 높인다. 용접공용 보안경이 흘러내려 눈화상 위험에 노출되거나, 헐렁한 용접장갑 안으로 (용접)불똥이 튀어 들어가는 식이다.

맨 사이즈 안전장비는 여성 노동자에게 얼마나 크고 어떤 점에서 위험할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의 협조를 받아 실제 ‘착용 샷’을 모았다. <한겨레>의 지난 8월 보도가 계기가 됐다.

① 깔창 3개를 겹겹이 깔아야 맞는 안전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가 ㄱ씨가 보내온 사진. 안전화는 보통 240㎜나 250㎜부터 지급돼 깔창 3개를 겹겹이 깔아야 겨우 맞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한다. 깔창 3개를 덧대면 불편한 건 물론 발목이 불안정해질 수 있어 넘어질 위험성이 커진다. 앞부분이나 발볼 부분이 필요 이상으로 조이기도 한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제공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가 ㄱ씨가 보내온 사진. 안전화는 보통 240㎜나 250㎜부터 지급돼 깔창 3개를 겹겹이 깔아야 겨우 맞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한다. 깔창 3개를 덧대면 불편한 건 물론 발목이 불안정해질 수 있어 넘어질 위험성이 커진다. 앞부분이나 발볼 부분이 필요 이상으로 조이기도 한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제공

② ‘내돈내산’ 할 수밖에 없는 안전장갑

여성 건설노동자 ㄴ씨가 쓰리엠(3M)에서 직접 구매한 장갑(위)과 현장에서 보급받은 장갑(아래)을 겹쳐 놓고 찍은 사진. 길이와 너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여성 건설노동자 ㄴ씨가 쓰리엠(3M)에서 직접 구매한 장갑(위)과 현장에서 보급받은 장갑(아래)을 겹쳐 놓고 찍은 사진. 길이와 너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여성 건설노동자 ㄷ씨가 보급받은 장갑과 손 크기를 대보고 있다. 장갑이 손가락 마디 두개 정도 더 크다. 송주현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은 “이처럼 목장갑 사이즈가 크면, 재료나 작은 못을 집기 어렵다. 현장에서 보급되는 안전장비들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여성 노동자들은 각자 맞는 안전장비를 사서 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여성 건설노동자 ㄷ씨가 보급받은 장갑과 손 크기를 대보고 있다. 장갑이 손가락 마디 두개 정도 더 크다. 송주현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정책실장은 “이처럼 목장갑 사이즈가 크면, 재료나 작은 못을 집기 어렵다. 현장에서 보급되는 안전장비들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여성 노동자들은 각자 맞는 안전장비를 사서 쓰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③ 허리 아래까지 흘러내리는 안전벨트

여성 건설노동자 ㄹ씨가 보급받은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찍은 사진. 원래 안전벨트의 버클은 허리춤에 꼭 맞아야 한다. 그러나 신장 152㎝ 여성 노동자에게는 너무 커 버클이 허벅지 아래로 내려온다. 작은 못이나 공구를 넣는 일명 ‘못주머니’(사진 오른쪽)도 허리춤에 위치해야 하지만 허벅지까지 내려오고, 장도리 같은 비교적 큰 장비를 수납하는 고리도 처져 장비 손잡이가 발목까지 내려오다. 송 실장은 “이렇게 장비가 무릎 아래로 내려오면 현장을 오갈 때 걸리적거리고 있어서 되레 위험해 어쩔 수 없이 직접 수선해 사용하는 노동자도 많다”며 “여성 신체에 맞지 않는 안전장비가 여성의 건설업 진출을 막는 진입장벽으로 기능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여성 건설노동자 ㄹ씨가 보급받은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찍은 사진. 원래 안전벨트의 버클은 허리춤에 꼭 맞아야 한다. 그러나 신장 152㎝ 여성 노동자에게는 너무 커 버클이 허벅지 아래로 내려온다. 작은 못이나 공구를 넣는 일명 ‘못주머니’(사진 오른쪽)도 허리춤에 위치해야 하지만 허벅지까지 내려오고, 장도리 같은 비교적 큰 장비를 수납하는 고리도 처져 장비 손잡이가 발목까지 내려오다. 송 실장은 “이렇게 장비가 무릎 아래로 내려오면 현장을 오갈 때 걸리적거리고 있어서 되레 위험해 어쩔 수 없이 직접 수선해 사용하는 노동자도 많다”며 “여성 신체에 맞지 않는 안전장비가 여성의 건설업 진출을 막는 진입장벽으로 기능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은 사업주에게 노동자의 업무와 작업 조건에 맞는 보호구를 지급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소병훈 의원은 “이 조항에 ‘노동자 신체에 적합한’이라는 조건을 추가해 사업주가 노동자 신체 사이즈에 맞는 보호구를 지급하도록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이 규칙 개정은 고용노동부가 하더라도, 건설 안전 분야는 국토교통부 소관부처인 만큼 철저히 감독할 필요가 있다. 특히 원청업체와 국토교통부가 노동자 신체에 맞는 보호구가 지급되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도록 기존 보호구 관리 대장에 ‘지급 장비별 사이즈 기록’을 추가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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