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폐지 저지 공동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 회원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와 성평등 추진 체계 강화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성가족부 폐지’를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이 6월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진 가운데, 14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는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는 여성계·노동계·지역 주민의 목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졌다.
전국여성연대·정의기억연대·녹색당 등 46개 여성·시민단체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원회 앞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저지 공동행동’의 결성을 알리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공동행동은 기자회견문에서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성별 임금 격차 1위, 유리천장 지수 최하위, 차별금지법 없는 나라가 바로 지금의 대한민국”이라며 윤 당선자를 향해 “지금 당장 여성가족부 폐지를 철회하고, 성평등 정책 전담 부처 및 추진체계 강화 방안을 모색하라”고 촉구했다.
전국서비스산업노조 조합원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윤석열 정부에 성평등 실현 책무를 요구하는 서비스노동자 1000인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도 이날 오전 인수위 앞에서 서비스노동자 1000명의 의견을 모아 “모든 노동자를 위한 더 강력한 성평등 전담부처 설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서비스연맹 조합원 11만명 가운데 여성 노동자는 70%에 이른다.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여성 노동자 차별 사안의 주무를 고용노동부와 여가부가 서로 핑퐁(떠넘기기)을 해왔던 것이 지난 과정”이라며 “여가부는 예산이나 인력상 집행역량이 많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고, 고용노동부는 여성 노동문제는 여가부의 일이라고 모른 척해왔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저희 서비스노동자는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고, 오히려 성차별까지 규율하는 더 강력한 성평등 전담부처가 필요하다고 본다. 채용과 배치, 승진과 퇴직까지 여성의 전 노동생애에 존재하는 성차별을 해소하고 노동의 성평등을 실현한 국가적 의지가 법 제도에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가족부 폐지에 항의하는 서대문구 사람들'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1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반대와 성평등 정책 강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상징의식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서대문구 주민들이 꾸린 ‘여성가족부 폐지에 항의하는 서대문구 사람들’도 이날 오전 인수위 앞에 모여 여가부 폐지 공약 철회를 요구했다. 주민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여성가족부는 기존 다른 부처들이 해오지 않던 방식으로 위기청소년, 성범죄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지원정책을 펴온 부서”라며 “이런 여가부에 대한 곡해와 비난은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를 더 위험하게 만들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여가부 폐지에 반대하는 서대문구 주민들의 서명을 모아 4월말께 인수위와 서대문구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우상호·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의원실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3개 단체는 사전 조율 없이 공교롭게 동일한 장소에서 ‘여가부 폐지 반대’라는 한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석열 당선자는 전날 서울 성북구 한국가구박물관에서 각 분야 원로들과 오찬을 한 자리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의지를 거듭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신낙균 전 여성유권자연맹 회장이 ‘성평등을 위해 여가부가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고 조언하자, 윤 당선자는 ‘성평등이 실질적으로 많이 진전됐고, 젊은 세대는 여성만을 위한 부처보다 남성·여성 모두를 위한 부처를 원한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임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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