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국가대책 쏟아지는데 피해자 치료 지원범위 되레 줄여 논란
최근 정치권과 정부에서 갖가지 성폭력 대책이 쏟아지는 가운데, 주무 부서인 여성가족부가 오히려 성폭력 피해자 치료비 지원 범위를 줄여 논란이 되고 있다. 여성가족부는 22일 예산 부족을 이유로 성폭력 피해자 의료비 지원 대상자의 선정 범위를 새로 규정한다는 지침을 각 상담소에 전달했다. 지금까지 여성가족부는 성폭력 피해 의료비 지원 대상자를 선정할 때 피해 시기에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피해 발생 뒤 1년 이내의 사건’의 피해자에게만 지원을 할 예정이다. 성폭력 피해자 부모, 가족 등에 대한 상담과 치료 지원도 앞으로는 불가능해진다. 어린이 피해자 심리 치료 기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놀이치료기법, 미술치료기법 등도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여성계는 성폭력 사건 공소시효 철폐 등 대책을 마련 중인 여성가족부가 어째서 성폭력 지원 대상을 제한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권주희 간사는 “성폭력 피해자는 주위에 도움을 청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이 지침대로라면 현재 지원을 받고 있는 피해자들 대부분이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쪽은 “예외적인 경우 담당 공무원과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거쳐 추가 지원이 가능하도록 조처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역시 피해 사실이 구체적으로 공개될 우려가 있어 한계로 지적된다. 2000년부터 시행한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의료비 지원 제도는 지난해부터 지원 대상자가 급증해 예산 부족으로 논란을 빚어왔다. 지난해 여성가족부의 관련 예산은 3억9400만원, 올해 예산은 5억8000여만원이다. 대상자는 지지난해 2303명에서 지난해 3000여명으로 늘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