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일부터 협의이혼을 하려면 1~3주의 숙려기간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날 전국 법원 가운데 인천지법이 마지막으로 ‘이혼숙려제’를 도입하기 때문이다.
이혼숙려제는 부부가 협의이혼을 신청한 뒤 일정 기간이 지나야 법원이 이혼을 허가해주는 제도다. ‘홧김이혼’과 ‘경솔이혼’을 막자는 뜻으로 도입했다. 아직은 ‘시범실시’지만 현재 국회에 상정된 민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된다. 숙려기간도 현행 1~3주에서 자녀가 없는 부부는 1개월, 자녀가 있으면 3개월로 는다. 법원은 이혼을 줄이고 당사자들과 이혼가정 자녀의 복리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이혼숙려제 시범실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하지만 숙려기간 자체에 대한 반론이 아직은 많다. 이혼을 합의한 당사자에게는 숙려제가 고통스런 기간의 연장일 수 있기 때문이다. 권정숙 변호사는 “모든 이혼을 무조건 경솔하거나 홧김이혼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3개월의 숙려기간은 너무 길다는 지적도 있다. 숙려기간 경제능력이 없는 당사자가 부양비나 교육비를 확보할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상당수 법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이혼 전 상담’도 논란이다. 상담은 법원에서 위촉한 상담 위원을 만나 부부가 이혼 절차와 양육비 지급 등을 합의하는 절차다. 허난영 한국여성의전화연합 가족팀장은 “협의이혼 부부에게 무조건 상담을 권고하는 법원 추세가 문제”라며 “현재는 무료상담을 하고 있지만 유료상담제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법원이 규정한 상담이지만 법적 효력이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경근 아주대 법학과 교수는 “상담 위원 앞에서 부부가 재산이나 양육권에 대해 합의한다고 해도 강제규정이 아니라 이행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양육비 지급을 합의하고서도 이행하지 않을 때, 따로 소송 등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여전히 남아 있는 셈이다.
지난해 이혼 부부는 하루 300여쌍. 이 가운데 80% 가량이 협의이혼이다. 당연히 상담전문인력을 확보하는 일이 과제다. 여건이 좋은 대도시는 100~130여명의 상담위원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지방은 상담인력 부족에 시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상담위원의 전문성을 법원이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상담 수준이 지역에 따라 큰 차이가 날 수도 있는 셈이다. 더욱이 이혼을 금기시하는 종교인들의 상담은 논란거리다. 박소현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연구위원은 “종교단체에서 임의로 법적 권한이 있는 것처럼 협박성 조정서를 보냈다며 상담해온 사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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