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서울여성영화제 제공
제9회 서울여성영화제 내달 5일 신촌 아트레온서 개막
29개 나라 100편 영화 선봬…이주여성 다룬 특별전도
29개 나라 100편 영화 선봬…이주여성 다룬 특별전도
서울여성영화제는 지난 10년간 한국 여성문화운동이 이룬 대표적인 성과물이다. 해마다 90%를 웃도는 객석 점유율은 한국 영화의 발전뿐만 아니라 여성주의 세례를 받고 자란 관객들이 ‘여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는 구호에 공감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제9회 서울여성영화제가 4월5일부터 12일까지 서울 신촌 아트레온 극장에서 열린다. 29개 나라 100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이번 행사의 개막작은 브라질 감독 타타 아마라우의 〈안토니아〉(사진·2006, 90분, 컬러)다. 상파울루 변두리 지역 출신 가난한 소녀 넷이 힙합 그룹을 만들고 꿈을 이뤄간다는 줄거리의 극영화. 남성 쇼비니즘이 난무하는 힙합의 세계에 뛰어들어 위기를 겪는 소녀들의 성장통은 대중문화와 고달픈 여성주의의 접합점을 찾아가는 서울여성영화제의 모습과 닮았다. 김선아 수석프로그래머는 “지난 10년간 서울여성영화제는 대중적인 영화적 욕구와 여성주의에 대한 욕구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온 것 같다”고 말했다.
‘감독 특별전’으로 한국을 찾는 헝가리 출신 노장 감독 마르터 메사로시는 ‘씨네 페미니즘’의 어머니 격이다. 동유럽 여성주의 영화의 대표주자로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오른 그가 50년 동안 만든 영화는 70여편에 달한다. 그 가운데 〈입양〉(1975, 88분, 흑백)은 그해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받기도 했다. ‘개인적인 것은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것’이라는 신념에 따라 자신의 경험을 20년간 재구성한 〈내 어린 날의 일기〉(1982)와 〈내 사랑의 일기〉(1987)도 〈입양〉과 함께 이번 행사에서 만날 수 있다. 4월8일 오후 2시 아트레온 4관에서는 일흔을 넘긴 감독이 나와 작품을 설명한다.
‘여성, 소수자의 목소리로 말하다’는 주제 아래 마련한 ‘제국과 여성’ ‘이주여성 특별전’ ‘청소녀 특별전’ 섹션은 세계화 속에서 더욱 불안해지고 주변화된 여성의 위치를 다뤘다. ‘소수자’는 인종, 국적, 젠더, 연령 등으로 분리·배제된 여성들을 가리킨다. 특별히 충남 당진의 이주여성들이 직접 영화제작을 배워가며 만든 작품 9편을 상영하고 이들 ‘감독’과의 대화(4월9일 오후 2시 아트리움 4관) 시간도 마련했다. 지난 1월 이들의 미디어 워크숍을 진행한 ‘성적소수문화환경을위한모임 연분홍치마’는 김일란 감독이 〈에프투엠〉(F2M)으로 이 영화제 다큐멘터리 옥랑상을 받으면서 경사가 겹쳤다. 성전환자의 이야기를 다룬 〈에프투엠〉에 대해 김 감독은 “성적소수자 인권운동의 연장에서 다큐멘터리 제작이 갖는 정치적 의미와 사회적 영향력의 효과적 측면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자신들의 내밀한 얘기들을 들려준 이들에게 감사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유명인과 대화를 나누는 행사도 마련돼 있다. 4월7일 개막작을 내놓은 타타 아마라우 감독이, 4월8일엔 〈비비시〉(BBC)가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장 유명한 여성’으로 손꼽은 아프가니스탄 최연소 국회의원 말라라이 조야(상영작 〈행복의 적들〉 주인공)가 관객들과 대담한다. ‘제국, 지구화, 아시아 여성들의 이주’라는 주제로 국제포럼이 4월10일 오전 10시 이대 국제교육관 지하1층 엘지컨벤션홀에서 열린다. 영화제 입장료는 5000원, 개막식과 폐막식은 각각 1만원이다. 인터넷 예매는 22일 정오부터 서울여성영화제 홈페이지(www.wffis.or.kr)를 통하면 된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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