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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일상은 쓰레기 생산공장

등록 2007-09-06 22:24

박어진/칼럼니스트
박어진/칼럼니스트
2050 여성살이 /

살림하는 아짐씨의 눈으로 보면 인간은 줄기차게 쓰레기를 생산해 내는 동물이다. 도시 아파트 살림일 경우 더더군다나 먹고 자고 싸는 일이 모두 쓰레기를 발생시킨다. 남는 음식 찌꺼기를 줄이려 나름 노력하는 편. 그런데도 냉동실 구석에서 뒹굴다 혼자 까맣게 변해 버린 쇠고기 토막이나 어느새 유효기간이 지난 냉동 만두부터 쉬어버린 미나리 나물과 햄 조각까지 한꺼번에 버리려면 누가 볼까 신경 쓰일 지경이다. 음식 쓰레기에 민감해지다 보니 수박 사는 게 망설여지기도 한다. 겁나게 많은 껍질의 양 때문이다.

재활용품으로 따로 분류하는 쓰레기도 불과 며칠이면 수북해져 뒷 베란다에 놓아두기 부담스럽다. 각종 음료 페트병에다 우유 팩이나 캔, 스티로폼과 플라스틱 포장 용기들까지 식구 셋이 이다지도 많은 것을 쓰고 산다는 게 민망하다. 화장품 세트같이 선물로 받은 물건들의 경우, 요란한 포장 용기에 짜증나는 게 어디 한두번이어야지. 인터넷 쇼핑의 포장재도 강적이다. 싼값에 홀려 조기 60마리나 양념 돼지갈비 2킬로그램을 주문할라 치면 한 아름이 넘는 스티로폼 박스 포장에 기가 질린다. 재활용할 수 있다곤 해도 수거비용과 인력, 그리고 재활용 처리 비용은 어찌할 것인가? 과거 사회주의권 나라들을 여행하며 쇼핑할 때 나는 그들의 빈약한 상품 포장을 비웃어댔다. 알맹이가 빤히 들여다보이는 얇은 종이나 비닐 한 장이 고작이었으니. 그런데 과대 포장을 일삼은 자본주의적 행태가 오늘날 포장재 쓰레기 발생에 혁혁한 기여를 하고 있는 현실 앞에 말을 잃는다.

‘쉴 새 없이 쇼핑하라’는 자본주의의 마법에 걸린 채 돌아가는 하루하루. 우리 눈을 매혹시키며 진화하는 포장술은 그 알맹이에 대한 욕망을 부채질하기에 성공했다. 대량 생산품과 대량 포장재를 함께 소비하는 우리들, 너나없이 지구 자원 고갈과 오염 책임을 뒤집어쓸 수 밖에. 쓰레기 생산자로서의 정체성을 더욱 굳건히 하면서 말이다.

요즘 내 단골가게는 천원 샵이다. 포장도 단순하고 물건들도 가격대 만족도가 뛰어난 것들이 많다. 불필요한 쇼핑을 줄이려 ‘물건 하나 살 때 세 번 생각하기’ 원칙도 채택했다. 물론 나 혼자 소비를 줄인다고 세상에 이미 쏟아져 나온 그 많은 물건들과 포장재가 사라지는 건 아닐 것이다. 또 지구에서 생태적으로 살다 가려는 내 목표, 지나치게 고상한 야심일 수 있다. 이래저래 지구에 몇십 년 머물며 내가 끼친 해악이 내 기여보다 많을 게 확실시된다는 거, 휴, 한숨이 난다. 오늘도 나는 혼자 중얼댄다. “지구님, 미안해요.”

박어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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