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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입양 후회 미혼모의 눈물 “제 아이 키울 수 없을까요”

등록 2009-03-12 14:48수정 2009-03-12 15:15

그래픽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그래픽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1 박아무개(25)씨는 2007년 11월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1년 넘게 사귀던 아이 아버지 문아무개(27)씨와는 그 몇 달 전 헤어진 상태였다. 극도의 혼란에 빠진 박씨는 문씨와 다시 만나 상의했으나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했다. 두 차례 병원을 찾기도 했다. 끝내 낙태는 할 수 없었다.

“낳아서 기르겠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출산일이 다가올수록 상황은 어려워져만 갔다. 무엇보다 문씨가 ‘앞으로도 함께하겠다’는 확신을 주지 못했다. 혼자 아이를 키운다는 건 박씨에게 여러 가지를 뜻했다. 지방에 사는 부모, 특히 지병이 깊어 큰 수술까지 받은 적 있는 아버지에게는 건강까지 악화시킬 충격적인 소식일 것이 뻔했다. 호텔에서 일하며 월 120만원 안팎을 벌었지만, 임신 때문에 일도 그만둬야 하게 돼 당장 산부인과 진료에 드는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미혼부모와 자녀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 인식도 두려웠다.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몸과 마음은 불안해지기만 했다.

몸도 마음도 지쳐 선택한 입양 몇개월 뒤 후회가 밀려왔다…

#2 박씨는 미혼모 상담·지원 사업을 하는 입양기관인 한 사회복지회를 찾아갔다. 출산을 두 달 앞둔 2008년 2월이었다. 입양 전 준비서류를 챙겨 오라던 상담사는, 처음 만나자마자 대뜸 입양 동의서와 친권포기 각서를 내밀었다. 출산 비용 등은 복지회가 지원한다고 했다. 망설이던 끝에, 출산일인 3월19일 아침 서류에 서명했고 그날 오후 여자아이를 낳았다. 아이는 복지회에 있는 임시보호소에 머물게 됐다.

출산 뒤 도저히 아이를 포기할 수 없다고 느낀 박씨는 4일 만에 몸을 추슬러 아이 면회를 갔다. 박씨는 복지회에 “입양을 번복하고 싶다, 아이를 직접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복지회는 “이미 서류에 서명했으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박씨가 몇 차례 찾아가 아이를 데려가겠다고 호소하자, 복지회 쪽은 “아이를 데려가려면 먼저 문씨와의 관계를 확실히 정하고, 양가 부모를 모두 모시고 와야 하며, 그동안 지원한 출산·입양비용 및 아이의 위탁비용을 내야 한다”고 했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였기에, 박씨는 입양에 최종 동의했고 아이는 5월13일 양부모에게로 떠났다.


아이 되찾으려 뛰어다녔지만 “친부모 권리없어” 답변에 절망

#3 그러나 박씨는 아이에 대한 미련을 떨칠 수 없었다. 양육 관련 정보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입양 기관이 아닌 다른 미혼모 지원 기관은 양육을 선택한 미혼모에게 주거 지원이나 직업훈련 기회 등을 제공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또 ‘한부모가족 지원법’에 따라 작은 금액이지만 정부가 지원하는 보조금도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박씨는 “내가 찾아간 사회복지회는 단지 입양만 이야기했을 뿐, 양육 지원은 실질적으로 설명해 주지 않았다”며 “양육 지원 내용을 알았다면 양육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회 쪽은 자신과 양부모의 경제적 형편을 비교하며 ‘어느 가정에서 자라는 게 낫겠냐’고 하는 등 처음부터 입양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는 것이다. 박씨는 “미혼모의 어려운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해 입양기관이 입양실적을 쌓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양육지원 안 알린 복지회 야속 복지부에 민원내고 소송까지

#4 그동안 흔들리던 문씨도 뜻을 모았다. 두 사람은 지난해 11월 혼인신고를 해 지금은 부부다. 이들은 보건복지가족부에 민원을 내고 복지회를 상대로 양부모 정보 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내는 등 아이를 되찾으려 백방으로 뛰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제대로 된 상담 없이 입양을 보냈으므로, 복지회가 책임지고 양부모를 설득해 아이를 다시 친부모에게 돌려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복지회 쪽은 양육에 관한 상담을 충분히 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박씨는 아이를 입양한 부모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 아이에게 사랑을 쏟은 양부모도 굉장히 화가 나고 마음도 아플 거예요.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그때 저의 상황이 어땠는지 자세히 말하고 싶어요. 어떤 결정을 내리기도 쉽지 않았던 나의 상황을 헤아린다면 내 마음을 조금은 알아주지 않을까요? 세상 사람들은 나에게 ‘아이를 버렸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세상에 어느 부모가 아이를 버릴 수 있겠어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닿기만 한다면 모든 미혼모들이 아이를 보듬을 수 있을 텐데요 ….”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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