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효경/칼럼니스트
내가 태어나고 자란 도시의 역 주변에는 지방의 중소도시들이 흔히 그렇듯 사창가가 자리잡고 있었다. 어린 시절 역을 지나다 내가 저 빨간 가게들에서 ‘무엇을 파느냐’고 천진난만하게 물어보았을 때, 엄마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착한 아이는 절대로 저곳에 가서는 안 된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어느 날 나는 야간자율학습이 끝나고 집으로 가던 중 길을 잘못 들어 홍등가에 들어간 적이 있다. 물론 그때는 그곳에서 ‘무엇’을 파는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완전히 겁에 질린 채 정신없이 출구를 향해 걸었다. 뛰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그러면 눈에 더 띌 것 같아 그저 고개를 숙이고 힐끗힐끗 곁눈질을 했다. 그곳에서 인형처럼 화려하게 장식한 여자들을 고르는 사람들은 동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책 나온 아저씨와 퇴근하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그러던 중 나는 한 가게 앞에서 호객행위를 하던 여자들 가운데 익숙한 얼굴을 보고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 애는 우리 학교에서 소위 ‘날라리’라고 불리던 불량 학생이었다. 곧잘 남학생들과도 어울려 다니고 수업에도 잘 나오지 않아 그 애의 패거리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그 애를 안 좋게 보고 피했다. 개인적으로 아는 사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그 애가 왜 그토록 어린 나이에 어울리지도 않는 짙은 화장을 하고 아버지 같은 남자들에게 몸을 팔아야 했는지 아직도 모른다. 간신히 그 거리에서 벗어나 집으로 뛰어오며 나는 자신의 인생을 그런 식으로 망쳐버린 그 애가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를 가장 분노하게 했던 것은 그 애를 그곳에 앉아 있게 했던 어른들과 몸을 사는 어른들이었다. 나는 지금도 우스갯소리로나마 ‘영계’ 타령을 하며 더 젊은 여자들을 찾는 남자들을 보면 불현듯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르곤 한다. 내가 교복을 입고 미래를 꿈꾸며 자율학습을 하는 동안 어떤 아이는 아버지뻘의 남자들에게 몸을 팔기도 한다. 젊음을 숭상하는 현대사회에서 젊다는 것은 곧잘 ‘아름답다’와 동의어로 쓰이며 동경을 받지만, 나는 이 위태로운 젊음은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갈수록 늘어나는 청소년들의 원조교제 및 성매매 소식을 듣게 될 때마다 어느덧 어른이 되어버린 나는 아이들에게 이런 세상을 만들어버려서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예쁜 옷이 입고 싶어서, 용돈을 벌고 싶어서 서슴없이 원조교제를 하는 아둔한 아이들을 따끔하게 혼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주겠다고 혈안이 된 어른들이 넘치니 참 부끄러운 일이다. 제발 영계는 복날에나 찾아줬으면 좋겠다. 우효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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