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7년만의 심리’ 변수될까
헌법재판소가 혼인빙자간음죄(형법 제304조)에 대한 헌법소원사건 공개변론을 10일 열기로 한 가운데, 여성부가 “혼인빙자간음죄는 위헌”이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헌재에 냈다고 8일 밝혔다. 여성부는 그동안 혼인빙자간음죄에 대해 비판적 입장이었으나 헌재에 공식 의견을 낸 것은 처음이다.
형법 제304조는 ‘혼인을 빙자하거나 기타 위계로써 음행의 상습없는 부녀를 기망하여 간음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성부는 의견서에서 이 조항이 “피해자를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로 한정해 여성을 자신의 성적 의사결정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존재로 비하하고, 남성에 대한 차별 소지도 있다”고 밝혔다. 여성의 정조를 중시하는 낡은 가치관을 반영한데다, 남성도 결혼을 빙자한 여성에게 피해를 보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여성부는 “해외에서도 성범죄 피해자를 ‘부녀’에서 ‘타인’으로 바꾸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은 ‘부모에게 소개하겠다’며 여성 동료를 꾀어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기소된 임아무개씨가 ‘행복추구권과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며 낸 것이다. 헌재는 2002년 ‘혼인빙자간음죄가 여전히 여성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는 법무부와 유림 쪽 의견을 받아들여 재판관 7 대 2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한 바 있다. 그러나 헌재는 당시 “변화된 성문화와 형벌 효과 등을 고려해 존치 여부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헌재가 혼인빙자간음죄와 마찬가지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부정한다는 이유로 위헌심판의 대상이 돼온 간통죄에 대해 지난해 10월 다시 합헌 결정을 내린 점이 이번 사건에 영향을 줄지도 관심사다. 당시엔 위헌 의견(5명)이 합헌(4명)을 앞섰으나 위헌 선언에 필요한 정족수 6명에 미치지 못했다.
석진환 이완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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