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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성매매 여성에 20년 따뜻한 쉼터

등록 2005-07-12 19:10수정 2005-07-13 01:50


‘막달레나 집’ 설립 20돌 맞아 ‘공동체’ 도약

며칠 전, 우리나라 최초의 성매매 여성 쉼터인 ‘막달레나의 집’ 쌀독이 비었다. 20주년을 맞아 갑자기 손님들이 몰려든 탓이다. 손님만 오면 늘 뭔가 대접하지 못해 안달이었던 식구들은 그래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빈 쌀독은 채워지기 마련이니까. 줄 수록 채워지는 게 사랑이니까. 식구들은 쌀독을 채우는 일보다 20년 동안 사람들에게서 받은 사랑을 어떻게 돌려주나, 그 걱정이 더 컸다.

그래서 막달레나의 집 식구들이 설립 20주년 행사를 준비했다. 지난 11일 서울 절두산 성지 안 꾸르실료 교육관에서 연 행사는 400여명의 축하객들이 대강당을 빼곡이 메울 정도로 성황리에 치러졌다. 가톨릭 서울대교구 김운회 주교와 사제단이 미사를 집전한 뒤 ‘국민사회자’ 최광기씨의 사회로 후원자들과 식구들이 꾸민 갖가지 공연이 벌어졌다. 최연소 후원자인 정다연 어린이(추계초등학교 5학년)가 가야금 연주로 ‘달궁달궁’을 들려주었고,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의 김진씨가 단소로 ‘청성곡’을 연주한 데 이어 막달레나 가족들의 춤 공연, 아카펠라 그룹 다이아의 공연, 연극인 박이정화(극단 사다리)씨의 마임 공연이 연달아 계속됐다.

후원자와 집을 거쳐간 ‘식구들’의 ‘큰 언니’인 이옥정 대표는 행사에서 멋들어진 춤과 노래를 선보였다. 이 대표는 “그동안 너무 재미있고 행복했다”며 “시작할 때 20년을 하게 될 줄 몰랐듯이 앞으로도 얼마나 이 일을 하게될지 모르지만, 하느님 허락하시는 시간만큼 처음 마음처럼 겸손하게 열정을 갖고 생활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와 함께 막달레나의 집을 처음 연 설립자 미국인 문애현 수녀는 “언니들이 결혼도 하고, 공부도 해서 졸업할 때는 학사복까지 입어보면서 엄마처럼 지냈다”고 옛 일을 되새겼다. 지난 88년 이례적으로로 막달레나의 집을 찾았던 김수환 추기경은 영상메시지를 통해 “17년 전 초대를 받아간 막달레나의 집에서 식구들과 오랜 친구처럼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노래했던 기쁜 시간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모두가 기쁨 속에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겠다”고 전했다. 최근 막달레나의 집은 20주년을 맞아 <밥이 되고, 희망이 되고, 삶이 된 마음들>이란 책을 펴내기도 했다.

지난 1985년 용산의 성매매지역 한 귀퉁이에서 문간방 한칸으로 문을 연 막달레나의 집은 이제 20~30대 여성을 위한 ‘햇살 고운 막달레나의 집’, 노령여성들의 안식처 ‘시골집’, 성매매지역 ‘현장상담센터’, 서울시 다시함께 프로젝트로 문을 연 ‘너른 쉼터’ 등을 운영하며 ‘막달레나 공동체’로 모습을 바꿔 새로운 20년을 준비하고 있다. (막달레나의 집 (02)6401-8381)글·사진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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