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도는 19일 홍씨에게 알리지 않은 채 호랑이 조형물을 철거하고 그 자리에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과 친필 글자를 새긴 독도 표지석을 세웠다. 경북도 제공
경북도, 기존 설치작품 일부 훼손
조각가, 인터넷에 글 올려 반발
“너무 굴욕적…차라리 모두 철거”
관계자 “세울곳 마땅치 않아서…”
조각가, 인터넷에 글 올려 반발
“너무 굴욕적…차라리 모두 철거”
관계자 “세울곳 마땅치 않아서…”
경상북도가 독도의 동도에다 이명박 대통령의 이름과 친필 글자가 새겨진 ‘독도 표지석’을 세우면서 기존에 있던 조형물 일부를 훼손해, 해당 조각가의 반발과 누리꾼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경북도는 애초 문화재청 허가 없이 이 조형물을 설치했다가 이번에 호랑이 조형물만 떼어내 근처에 치워뒀다.
경북도가 독도의 동도 망양대에 이 대통령의 독도 표지석을 세운 19일, 포털 다음 아고라의 이슈 청원 게시판에 ‘지난해 독도에 태극 문양의 게양대 바닥과 호랑이 조형물을 만들었다’고 밝힌 조각가 홍민석(44)씨가 “독도 국기게양대 비석을 제외한 제 작품을 철거해주세요”라는 글을 올렸다. 홍씨는 “독도 표지석을 세운 곳에 있던 호랑이 조형물은 물론이고 태극 문양의 게양대 바닥은 내가 직접 정성을 들여 만든 하나의 작품”이라며 “독도 표지석을 세우는 것에 반대하지는 않겠지만, 제 작품이라고 인정되는 부분(태극 문양 바닥)까지 모두 철거를 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로댕의 조각 <생각하는 사람>의 팔을 하나 자르고 이름까지 적어서 다른 것을 꽂아넣은 것과 다르지 않다”며 반발했다.
홍씨는 2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아무리 지방자치단체가 제작비를 지원했다고는 하지만, 조각가가 만든 작품 가운데 일부를 작가한테는 알리지도 않은 채 철거한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며 “내 작품에 호랑이 조형물을 빼고 느닷없이 대통령의 이름이 들어간 표지석이라니, 조각가로서 정말 굴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경북도와 울릉군은 2010년 12월 예산 8500만원을 들여 독도의 동도에 게양대 3개를 만드는 ‘독도 국기게양대 설치 공사’를 시작했다. 홍씨는 게양대의 태극 무늬 바닥과 호랑이 조형물을 ‘하나의 작품’으로 디자인해 지난해 7월 제작을 마무리했다. 당시 경북도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독도에 이 조형물을 문화재청의 형상변경 허가도 받지 않은 채 무단 설치했다가 논란을 빚은 바 있다.
홍씨의 글은 누리꾼들에게 관심을 끌어모으며 20일 저녁 청원 동참 서명이 6000건을 넘겼다. ‘푸른소라’라는 아이디의 누리꾼은 “마치 영화작품 필름을 중간에 듬성 잘라서 이명박 찬송 영상을 삽입한 거와 같다”고 꼬집었다.
경북도 독도정책과 관계자는 “독도 표지석을 세울 자리가 마땅치 않았고 애초 조형물을 무단으로 설치해 문제가 됐던 만큼 이번 표지석은 허가받아 설치했는데 이런 문제가 생길 줄은 몰랐다”며 “일반 시설물과 다른 조형물인데 단순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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