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특위 법안 심사결과 발표
여성계 오랜 숙원 풀게 됐지만
논란조항들도 들어 있어 우려
거세·전자발찌 인권침해 소지
여성계 오랜 숙원 풀게 됐지만
논란조항들도 들어 있어 우려
거세·전자발찌 인권침해 소지
여야가 성폭력 관련법의 친고죄를 모두 폐지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한 내용 중에는 전자발찌 부착 대상에 강도범죄를 추가하고 화학적 거세를 확대 적용하기로 하는 등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방안도 포함돼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아동·여성 대상 성폭력 대책 특별위원회’는 20일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전면 폐지 등을 뼈대로 하는 성범죄 관련 법안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여야는 성폭력 범죄 근절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지난달 국회 차원의 특위를 구성해 성범죄 관련 법안들을 종합적으로 심사해왔다.
특위 심사 결과를 보면, 여야는 우선 피해자 등의 고소가 있어야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경우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도록 한 반의사불벌죄(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를 폐지하기로 했다. 형법에 남아 있는 성범죄 관련 친고죄 조항도 법무부가 폐지하기로 특위 논의 과정에서 구두 약속했다. 합의된 내용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와 본회의를 거치면 확정된다. 형법 개정이 마지막 고비지만, 친고죄는 처벌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겨 합의를 강요하고 고통을 유발하는 독소조항으로 오래 지적돼왔고 사회적 합의를 거친 문제라 큰 논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특위는 성범죄에 대한 형량도 강간죄는 5년 이상 유기징역에서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 유사강간죄는 3년 이상 유기징역에서 5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이번 합의안의 일부 내용을 두고는 처벌 일변도의 ‘엄벌주의’가 강화돼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성단체조차 일제히 반대해온 여러 법안이 동시에 합의됐기 때문이다. 한동안 논란이 됐던 ‘물리적 거세’는 도입하지 않기로 했지만 △화학적 거세 확대 △전자발찌 부착 대상에 강도범죄 추가 △성범죄 신상공개 3년 소급적용 등이 성범죄 근절 대책에 포함됐다. 화학적 거세의 경우, 16살 미만 대상 성폭력 범죄자를 저지른 성도착증 환자에 대해 검사가 법원에 청구하도록 한 현행 제도를 확대해, 나이와 무관하게 적용하도록 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여성단체들은 이날 친고죄 폐지 방침에 대한 환영 논평을 내고 연내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집회를 서울 광화문 등에서 열었다. 그러나 한국성폭력상담소 백미순 소장은 “전자발찌 확대 적용과 화학적 거세 확대, 신상공개 소급 적용 등은 사회적 논의가 불충분하고 인권침해 소지도 매우 커, 앞으로 여성단체 차원에서 대응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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