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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커피에 담긴 여성노동자 임금차별 아시나요?”

등록 2016-11-16 19:13수정 2016-11-18 10:41

[짬] 국제여성커피연맹 산토스 대표
메리 산토스 국제여성커피연맹(IWCA) 대표.   서울카페쇼 제공
메리 산토스 국제여성커피연맹(IWCA) 대표. 서울카페쇼 제공

세계에서 커피농업에 종사하는 인구는 1억2000만명으로 추산된다. 그 가운데 1억명이 빈곤 상태이며, 특히 빈곤 노동자의 50% 이상은 여성이라고 한다. 성불평등은 커피산업에서도 예외가 없다. 같은 커피를 생산해도 여성 노동자는 남성보다 8.2% 적은 돈을 받는다.

이런 커피산업의 성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고자 생긴 국제조직이 있다. 비영리기구인 국제여성커피연맹(IWCA·womenincoffee.org)이다. 2000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창설된 이 단체는 여성 커피노동자들의 교육과 융자, 정책 개선 등의 운동을 해오고 있다.

메리 산토스 국제여성커피연맹 대표를 지난 1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만났다. 미국인인 그는 2003년 자원봉사자로 연맹에 가입해 이사·부대표를 거쳐 지난해부터 대표를 맡고 있다. 지난 10일엔 ‘제15회 서울카페쇼’의 월드 커피리더스포럼에서 ‘커피와 젠더’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기도 했다.

2000년 미국서 창설된 비영리기구
‘여성 커피노동자 권익옹호’ 앞장
‘월드 커피리더스 포럼’ 초청 강연

“여성 재배 커피가 품질 더 좋지만
임금은 남성보다 적어 대부분 빈곤
‘성평등’ 이뤄야 산업도 지속가능”

-커피와 젠더, 어떤 관련성이 있나?

“많은 여성 커피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노동에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 여성 노동자가 전체 커피노동인구의 50%를 차지하지만, 커피농장주의 80% 이상은 남성이다. 같은 일을 해도 급여는 남성 노동자들보다 적다. 이러한 성불평등이 계속된다면 커피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이란 있을 수 없다. 생산국의 성불평등 문제는 소비국, 즉 선진국으로도 전파된다.”

-여성 커피노동자들이 왜 빈곤에 빠지는 건가?

“지리적으로 봤을 때 대부분의 커피 생산국은 중앙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퍼져 있다. 대부분 대학살, 내전 등으로 인해 남성 노동자들이 적은 상태다. 여성들은 집에서 가장 노릇을 하면서 커피 노동도 병행한다. 경제적인 자립을 할 수 없는 구조다. 여성 권리의 기준도 선진국들에 비해 낮다. 우리는 이러한 여성 빈곤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지역 및 정부에 요구하고, 이들의 성평등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 등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커피 소비량이 늘고 있는 나라 가운데 하나다. 소비자들이 커피의 성불평등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실천을 해야 할까?

“우선 커피가 어떻게 생산되는지 사회적 물음을 꾸준하게 던져야 한다. 실제 커피를 생산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처우가 어떤지, 어떤 과정을 거쳐 대형 기업이 커피를 공급받는지 계속해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요즘에는 커피 원두 공급자를 접촉하는 게 과거보다 쉬워져 일반인들도 가능하다. 여성이 생산하는 커피의 품질이 높다는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알려야 한다. 좋은 제품의 수요가 늘면 자연스럽게 여성 커피노동자에 대한 관심도 커질 것이다.”

-여성이 만드는 커피가 왜 품질이 좋은가?

“실험을 통해 입증이 됐다. 똑같은 조건에서 커피를 재배했을 때 남성 노동자들보다 여성 노동자들이 생산한 커피의 품질이 더 좋았다. 커피를 재배하면서 여성 노동자들이 좀더 섬세하게 보살폈을 거라는 추측을 하고 있다. 품질은 더 좋은데 남성보다 돈을 적게 받는 것이다.”

-일반 소비자들은 여성이 생산하는 커피를 알 방법이 없다.

“맞다. 일단 생산지가 뚜렷한 커피 원두 포장지에 여성이 커피 열매를 수확하는 사진이 있다면 여성이 생산한 커피일 확률이 높다. 일부 조합에서는 여성이 만든 커피를 별도로 표기하기도 하지만 흔치 않은 예다. 우리 단체도 이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커피나무를 재배할 때부터 여성과 남성을 분리해서 표기하는 점검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은 대형 커피 소비국이지만, 대다수 커피 관련 노동자들은 여성이다. 서비스직의 대다수가 여성이기 때문이다. (통계청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 서비스직 노동자의 60% 이상이 여성이다.)

“미국은 오히려 남성이 많다. 커피노동이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은 반대라니 놀랍다. 소비자의 문제라기보다는 고용주들의 문제라고 본다. 고용주들이 성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산업이 지속가능하다. 한국의 여성 커피노동자 가운데 성불평등을 느끼고 조직화해야겠다고 생각한 노동자가 있다면 우리 단체에 연락을 달라. 도움을 줄 수 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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