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와 나란히 이원체제로
양성 관점서 각 부처 정책 조율기능
현 ‘총리 소속 자문위’론 한계 뚜렷
프·독 등 주요국도 이원체계 가동
정현백 “새 정부 핵심에 성평등”
양성 관점서 각 부처 정책 조율기능
현 ‘총리 소속 자문위’론 한계 뚜렷
프·독 등 주요국도 이원체계 가동
정현백 “새 정부 핵심에 성평등”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10일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출범을 공식화한 데 이어, 정현백 신임 여성가족부 장관은 11일 국무회의 뒤 출입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를 묻는 질문에 “성평등위원회 출범”이라고 답했다. 성평등위원회가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어떻게 꾸려질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여성가족부와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성평등위원회는 여성 정책 전담 부처인 여성가족부와 이원적 체제로 운영된다. 성평등위원회는 기존 여성가족부가 맡아 하던 업무와 별도로 전체 국가 정책의 조정, 총괄 기능을 수행한다. 단지 여성의 사회진출을 늘리는 것만이 아닌, 남성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사회체제를 양성 관점으로 재설계하는 게 주요 임무다.
이를 위해선 정부 각 부처가 개별적으로 성평등 목표를 수립해 이행하게 하고, 성평등 관련 예산을 짜고, 정책마다 성별 영향을 평가하게 해야 한다. 특히 고용노동, 복지, 경제 영역에서 성평등 관점의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선 전 부처를 조정하고 총괄하는 위원회 체계가 필요하다. 여성가족부는 올해 연간예산 7122억원으로 전체 정부 예산의 0.18%에 불과한 ‘미니 부처’다. ‘양성평등위원회’가 있지만 국무총리 소속 자문위원회로서 전담 인력이 없고 개별 부처에 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든 구조다. ‘힘 있는 위원회’에 대한 여성계 요구가 끊이지 않았던 배경이다. 주요 선진국들도 정부부처-위원회 이원체계를 갖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해외 여성정책 추진체계’를 조사해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2015년 현재 전 세계 191개국이 성평등 추진기구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보고서는 “기관 명칭에 ‘성 평등’이 포함되고, (2개 이상으로) 추진체계가 다양할수록 양성평등수준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프랑스는 여성정책 전담 부처 외에도 ‘양성평등고등위원회’ ‘양성직업평등고등위원회’ 같은 위원회를 통해 정책과 법안의 성별영향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독일 역시 전담 부처 외에 각 주마다 있는 ‘평등·여성장관’들의 정례회의와, 지방정부 여성사무소들의 ‘연방노동협의회’에서 연방과 주 정부의 양성평등정책을 연계한다. 조사를 담당한 김복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과거와 달리 최근 여성 정책은 조정, 관리 문제가 첨예해지면서 전담 부처만으로 구실을 수행하기가 어렵다고 본 것”이라며 “정책 조정 업무를 따로 떼어낸 이원화된 체계가 최근의 국제적인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정현백 장관은 “(성평등위원회가 없다면) 기획재정부가 성평등 예산을 늘려주지 않는다고 해서 우리가 제동을 걸 방법이 없다. 성평등위원회는 각 부처가 성평등 관련 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집행하는지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성평등을 새 정부 정책의 핵심에 두기 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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