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재단이 2013년 5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할머니 기념 부조를 제작하면서 붙인 말입니다.
7월23일 오전 8시4분 우리 곁을 떠난 김 할머니는 2000년과 2006년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억원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했습니다.
장사하며 모은 돈과 정부 생계지원금 등을 천원 남짓한 음료수 한 병 허투루 사 먹지 않고 모아 자신처럼 부모를 잃고 배움의 기회에서 멀어진 학생들을 위해 내놓은 겁니다.
할머니는 일본 정부가 진심으로 사죄하고 피해 배상을 하면 그 돈 역시 사회에 기부하려 했습니다.
<한겨레>는 김군자 할머니의 영면을 맞아 할머니의 삶을 다시 돌아보려 합니다.
‘위안부’ 피해를 세상에 널리 알린 ‘용감한 증언자’로, 수백 명 학생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게 도와준 ‘기부 박사’로 할머니는 영원히 기억될 것입니다.
■ 할머니는 ‘용감한 증언자’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할머니를 “강인한 생존자, 용감한 증언자”라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12월31일 더불어민주당 대표 시절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을 방문해 할머니를 직접 만난 인연이 있습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5년 12월31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쉼터 나눔의 집을 방문해 김군자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죽기 전에 일본의 사과를 받아내야겠다는 생각으로 미국 땅까지 오게 됐다. 내 몸 곳곳에는 너무나 많은 흉터들이 남아 있고 죽지 않을 만큼 매를 맞았다.”
“위안소에서 하루 평균 20명, 많게는 40명까지 일본군을 상대하는 지옥과 같은 생활을 했다. 우리는 지금 돈을 원하는 게 아니며, 그들이 저지른 인권 유린과 전쟁 범죄 행위에 대해 치러야 할 대가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우리를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많은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이 죽었지만 역사는 살아있을 것이다. 망가진 내 인생을 돈으로 보상할 수 없다.”
2007년 2월15일 오후(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하원 외무위에서 열린 ‘위안부’ 청문회에서 피해 할머니들이 방청석에서 참관하고 있다. 왼쪽에서 두 번째가 김군자 할머니다. 국회사진기자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군자 할머니가 2007년 3월1일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원당리 나눔의 집에서 열린 2007나눔의 집 정월 대보름 지신밟기 행사에서 지난 미 의회 청문회 참가 소감을 말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 할머니가 2015년 12월29일 오후 경기도 광주시 나눔의집에서 조태열 외교부 2차관이 방문해 대화를 하던 중 고개를 떨구고 있다.
2000년 8월30일 아름다운재단에서 열린 김군자 할머니 기금 전달식. 사진 아름다운재단 제공
“내가 고아였거든. 배운 것이라곤 야학 8개월이 전부야. 어려서 부모를 잃고 못 배운 탓에 삶이 그렇게 힘들었던 것만 같아서…. 조금 배웠더라면 그렇게 힘들게 살진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자주 들었어. 가난하고 부모 없는 아이들이 배울 기회만이라도 갖도록 돕고 싶어. 그런데 너무 작은 돈이라 부끄럽고 미안해.”
2000년 8월30일 아름다운재단에서 열린 김군자 할머니 기금 전달식에서 김 할머니가 자신의 이름을 쓴 ‘나눔의 잎’을 달고 있다. 어려운 가정환경과 ‘위안부’ 강제 동원으로 글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김 할머니는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써내려갔다. 사진 아름다운재단 제공
2000년 8월30일 아름다운재단에서 열린 김군자 할머니 기금 전달식에서 김 할머니가 자신의 이름을 쓴 ‘나눔의 잎’을 달고 있다. 어려운 가정 환경과 ‘위안부’ 강제 동원으로 글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김 할머니는 자신의 이름을 또박또박 써내려갔다. 사진 아름다운재단 제공
“가만 보니까 1년 동안 아껴 모으면 1천만원은 모을 수 있더군. 돈 많은 양반들에겐 별거 아니겠지만, 나한텐 쉽지 않았어요. 옷이야 몸에 냄새나지 않을 정도만 갖추면 되는 거고, 먹고 자는 거야 몸 누일 곳이 있으니 됐고. 돈이 들어오면 그저 아이들에게 장학금 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차곡차곡 모은 거야. 모쪼록 부모 없이 공부하려고 고생하는 아이들에게 잘 전해줘요.”
2014년 12월1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추천포상 수여식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평생 모은 재산 1억 여원을 기부한 ‘위안부’ 피해자 김군자씨에게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6년 추석 나눔의 집을 찾아온 ‘김군자할머니기금’ 장학생들에게 김군자 할머니가 훈장(국민훈장 동백장)을 보여주며 웃고 있다. 사진 아름다운재단 제공
2016년 추석 나눔의 집을 찾아온 ‘김군자할머니기금’ 장학생들이 선물한 편지를 김군자 할머니가 들고 있다. 사진 아름다운재단 제공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네팔 강진피해 구호 성금 전달식이 열린 2015년 5월12일 오전 서울 광진구 영화사에서 부산에서 온 이옥선 할머니(왼쪽부터), 김군자 할머니, 송월주 스님, 나눔의집에서 온 이옥선 할머니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7월10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 나눔의집을 방문해 김군자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며 손을 꼭 잡고 있다. 광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10일 오전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 나눔의집을 방문해 김군자 할머니와 인사를 나누며 손을 꼭 잡고 있다. 광주/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3년 5월27일 기념부조 제막식에 참석한 김군자 할머니. 사진 아름다운재단 제공
“할머니께서 기부해주신 덕분에 등록금을 댈 수 있었습니다. 이 사회에서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고 다시 돌아봐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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