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난해 500대 기업 조사
3곳 중 2곳은 아예 한명도 없어
OECD 20.5%에 턱없이 모자라
3곳 중 2곳은 아예 한명도 없어
OECD 20.5%에 턱없이 모자라
문재인 대통령이 6명의 여성 장관을 임명해 공약인 30%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주요기업의 여성임원 비율은 3%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20%에도 턱없이 모자랐다.
26일 여성가족부가 매출액 기준(금융보험업은 영업이익) 국내 500대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전수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임원 중 여성의 수는 지난해 406명으로 전체 임원의 2.7%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기업의 3분의 2에 달하는 336개사(67.2%)는 여성임원이 아예 없었다.
여성부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간 500대 기업의 여성임원 수를 조사했는데, 2014년 353명(전체의 2.3%)에서 2015년 376명(2.4%), 지난해 406명(2.7%)이었다. 조금씩 늘었지만 선진국에 견주면 여전히 최하 수준이다. 여성임원이 전혀 없는 기업도 같은 기간 69.6%에서 67.2%로 소폭(2.4%포인트) 감소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가 공표한 ‘유리천장지수’(주요기업 여성 임원 및 관리직 비율)를 보면, 스웨덴은 여성 임원 비율이 35.9%, 미국 20.3%, 영국 25.5%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인 오이시디 29개 회원국 중 꼴찌였다.
조사 대상인 500대 기업엔 제조업이 과반(253개) 이상이었고, 뒤를 이어 금융보험업, 도소매업, 건설업 등 4개 산업의 비중이 컸다. 이 가운데 제조업과 도소매업, 건설업의 여성 임원 수는 조사 기간 중 늘었지만, 금융보험업의 경우 취업자 중 여성 비율이 지난해 53.7%로 가장 높은데도 임원 중 여성 비율은 2014년 3.0%에서 지난해 2.7%로 감소 추세에 있었다. 여성 임원 비율이 가장 높은 기업은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21.4%)이었고, 한국씨티은행(18.8%), 아모레퍼시픽(17.1%), 한국서부발전(11.1%) 순이었다.
여성부는 이런 현황이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가 관리직위 확대로 자연스레 연계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유리천장과 유리벽을 깨기 위해 성 차별적인 제도와 관행 개선을 위한 의식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정현백 여성부 장관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졌지만, 경력 유지가 어렵고 차별과 편견 등으로 여성 대표성 수준이 여전히 주요 선진국에 크게 못 미친다”면서 “공공부문 여성관리직 확대를 추진하고 민간까지 확산될 수 있게 하겠다”라고 말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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