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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여성

“내년엔 소녀상 세우려 독일 여러 기관과 접촉중이죠”

등록 2018-11-13 10:29수정 2018-11-14 14:31

[짬] 재독 ‘공익법인 풍경’ 예술감독 마르틴 슈미트

마르틴 슈미트 풍경 예술감독이 12일 오전 서울 일본 대사관 주변에 위치한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강성만 선임기자
마르틴 슈미트 풍경 예술감독이 12일 오전 서울 일본 대사관 주변에 위치한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강성만 선임기자

“평화의 소녀상 주변 건물 높은 곳에서 소녀상을 내려다 보고 싶어요. 방법이 없을까요.”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의 주한 일본 대사관 근처 카페에서 만난 독일인 마르틴 슈미트가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그는 지난해 말 독일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려고 동포와 현지인 10여 명이 함께 만든 공익법인 풍경(대표 이은희)의 예술감독이다. 풍경은 지난 8월에 소녀상을 본 여성박물관에 세우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애초 건립을 약속한 박물관 쪽에서 유보적인 태도를 보여서다. 이런 태도 변화엔 일본 정부의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본에 영구히 자리할 예정이었던 소녀상은 대신 8월14일부터 6주 동안 함부르크 도로테에 죌레 하우스에서 전시됐다. 지금 이 소녀상이 어디에 있는지는 ‘대외비’이다. 그는 전시 기간에 주함부르크 일본 총영사관을 찾아야 했다. “총영사관에서 보자고 해 갔더니 ‘일본 정부는 어떤 형태의 소녀상도 독일에 건립되는 걸 반대한다’고 하더군요.”

풍경 예술감독의 역할은? “소녀상이 들어설 적절한 장소을 찾는 것이죠. 독일 전역의 여러 기관과 접촉해 우리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도움을 구하고 있어요.” 그는 소녀상의 8월 건립이 무산되는 과정을 보면서 “정말 어떤 큰 부담이 와도 흔들리지 않는 든든한 파트너가 필요하다는 걸 확인했다”고 했다. 언제쯤 소녀상 건립이 가능할까? “희망 연도는 2019년입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일본 정부의 개입이죠.”

지난 8일 대구의 한 찻집에서 이용수 할머니와 만나 포즈를 취한 슈미트 예술감독.                                사진 이은희 풍경 대표 제공
지난 8일 대구의 한 찻집에서 이용수 할머니와 만나 포즈를 취한 슈미트 예술감독. 사진 이은희 풍경 대표 제공

12일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함께 포즈를 취한 슈미트 예술감독과 이은희 풍경 대표. 강성만 선임기자
12일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함께 포즈를 취한 슈미트 예술감독과 이은희 풍경 대표. 강성만 선임기자

그는 소녀상 조각의 미학적 위상에도 관심이 많다. 깊이 연구해 단행본으로 낼 계획이다. 지난 10일엔 소녀상을 만든 김서경 김운성 작가를 과천 현대미술관에서 만나 2시간 이상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소녀상의 예술성을 평가한다면? “미학적으로 굉장히 수준이 높아요. 고도의 추상을 추구하면서도 형상은 자연스러워요. 또 과장된 제스처도 보이지 않아요. 비극적이거나 드라마틱한 요소도 배제했죠.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국보 83호)의 고요함을 떠오르게 하죠.”

그는 베를린자유대에서 미술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미술사학자다. “괴테와 조각가 고트프리트 샤도가 미술의 본질에 대해 토론하는 내용을 박사 논문에서 다뤘어요.” 1995년 이후엔 미술품 거래 일을 해왔다. 프랑크푸르트 미술경매회사에서 일하기도 했고 지금은 미술품 거래·전시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전세계 작가 20여명의 작품을 주로 거래하죠.”

2004년부턴 독립 출판물인 ‘리가르되르(regardeur) 시리즈’ 저술도 해왔다. 윤이상과 이미륵, 시카고에 있는 괴테 기림비 등을 주제로 지금껏 9권을 썼고 10번째 책은 평화의 소녀상을 다룰 계획이다.

소녀상 작가들과 어떤 대화를? “작가들의 롤모델 그리고 작가들이 어떤 예술적 흐름 속에 있는지가 궁금했어요. 대화를 통해 그들이 민중미술 작가이고 대도시 곳곳에 흩어져 있는 유희적이고 상업적인 작품의 작가들과 경계가 분명하다는 걸 알게 되었죠. 또 매우 지성적인 작가란 점도요.”

일요일인 11일엔 ‘나눔의 집’을 찾아 몇시간 머물렀단다. “나눔의 집 방문을 통해 역사에 대해 조금 더 깊은 지식을 얻게 되었어요.” 말을 이었다. “거기서 일본 군대에서만 통용된 돈인 군표를 보았어요. 이는 성노예 피해자들에게 자유가 없었다는 구체적 증거이죠. 위안소는 완벽하게 부자유한 곳이었어요. 돌격 1번(이치방)이라고 적힌 콘돔도 보았어요. 일본군이 섹스를 살인의 기술과 결합했다는 분명한 증거이죠.”

이번이 1998년 이후 20년 만의 한국방문이란다.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실물로 보기는 처음이다. ”소녀상이 수원에서처럼 넓직한 공공장소에 있었다면 더 기뻤을 겁니다. (대사관 앞 소녀상이) 차도와 가까운 인도 위에 낮게 자리해 행인들이 지나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소녀상이 주변 환경과 조화롭게 자리하거나 단상 위에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지난해 동포·현지인 풍경 설립
독일내 ‘소녀상’ 건립 추진
지난 8월 ‘본 박물관’ 건립 무산
“최대 걸림돌은 일본 정부 개입
소녀상 예술성 주제 책 낼 것”

미술사학자로 ‘이주민’ 문제도 관심

미술사학도인 그가 관심을 갖는 큰 주제는 ‘이주민’이다. 독일 내 이주민은 물론 다른 나라로 간 독일 이주민에게도 마음이 끌린단다.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와 대한제국 애국가를 만든 독일 작곡가 프란츠 에케르트를 연구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독일에 사는 중국 화가들과 독일의 터키 건축물에 대한 연구도 했다. 소녀상에 대한 관심은 언제? “2002년 쯤 한 갤러리에서 이은희 대표를 만나 이응노 화백 이야기를 나누다 소녀상 얘기를 들었어요. 에케르트 연구를 하면서 한국과 일본 사이에 걸린 문제가 민감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어요.” 자국의 지난 역사도 소녀상에 대한 관심을 키웠단다. “과거 나치 독일이 저지른 전쟁 범죄의 정리 문제가 늘 우리에게 있어요. 그래서 다른 나라가 과거사 정리를 어떻게 하는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죠.”

홍성 이응노 기념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고 이응노 작품 ‘군상’ 옆에 선 슈미트 예술감독. 그는 이응노 화백 작품으로 독일에서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했다. 한국 방문 중 시간을 내어 이응노미술관(대전)과 이응노기념관을 찾은 이유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조각가가 콘스탄틴 브랑쿠시입시니다. 사람을 최대치의 추상으로 표현한 작가이죠. 이응노 화백도 사람을 추상으로 표현했죠.”  이은희 풍경 대표 제공
홍성 이응노 기념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고 이응노 작품 ‘군상’ 옆에 선 슈미트 예술감독. 그는 이응노 화백 작품으로 독일에서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했다. 한국 방문 중 시간을 내어 이응노미술관(대전)과 이응노기념관을 찾은 이유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조각가가 콘스탄틴 브랑쿠시입시니다. 사람을 최대치의 추상으로 표현한 작가이죠. 이응노 화백도 사람을 추상으로 표현했죠.” 이은희 풍경 대표 제공

슈미트 예술감독이 윤이상·이미륵 등을 다룬 저술 표지.
슈미트 예술감독이 윤이상·이미륵 등을 다룬 저술 표지.
그는 “과거를 제대로 들여다 보지 않고선 평화로운 미래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독일의 과거사 정리는? “다행히도 우리는 많은 연구소들이 전쟁범죄에 대해 객관적으로 연구하고 있어요. 시민들이 2차 대전 때 나치 독일이 저지른 범죄를 잘 알고 있어요. (독일 국민들이) 반성하기에 수도 한 복판에 홀로코스트 기념비도 세울 수 있었죠.” 역사를 되돌리려는 극우 등 일부 움직임에 대해선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민주주의 사회는 누구나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습니다. 민주주의 사회는 일부 사람들이 지닌 미친 생각도 참아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는 명상 교사 자격증도 있다. “요즘처럼 정신없이 빠져 돌아가는 세상에서 명상 수련은 고요함을 주고 사람과 예술을 지혜롭게 이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마련해주죠.”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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