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수정 서울시의원(정의당)이 지난 7월 서울시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서울시의회 누리집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 사건에 대해 서울시의회 내에서 소신 발언을 해온 권수정 서울시의원(정의당)이 경찰 조사 결과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며 “서울시 전·현직 관계자들의 성추행 의혹 방조 혐의를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한 것이 (이번 수사의)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29일 권수정 서울시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번 경찰 조사 결과에 대해 “지금껏 계속된 상황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생각된다”며 “우리나라 권력의 정점에 있는 2인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로 보인다”고 입장을 밝혔다. 권 의원은 “경찰이 이번 일이 발생하게 된 구조 전체를 보지 않고 여전히 개별 사건으로만 보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며 “이미 세상은 다른 질문을 던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법과 수사는 그걸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지방경찰청은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에 대해 밝히지 못하고 공소권 없음으로 5개월여의 수사를 종결했다. 또한, 서울지방경찰청은 지난 7월10일 가로세로연구소에서 서울시 부시장과 전·현직 비서실장 등 7명에 대해 강제추행 방조 등의 혐의로 고발한 건에 대해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해 ‘불기소’(혐의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 의원은 특히 이 부분이 가장 큰 문제라고 봤다. 권 의원은 “비서실장 같은 경우, 가해자라고 이야기되는 박 전 시장 다음으로 (업무) 중심에 섰던 사람인데 그 사람의 행위에 대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로 하는 것은 대단히 물증주의적인 태도”라고 비판했다. 그는 “분위기와 관습과 문화, 통념 다 만들어내는 정점에 있는 사람에게 이미 세상은 다른 질문을 던질 준비를 하고 있는데 법과 수사는 그걸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경찰 수사가 부족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한편, 경찰이 고소문건 유포행위, 온라인 악성 댓글 작성 등 2차 가해 행위자 15명을 기소의견으로 판단한 것에 대해 권 의원은 “‘면피용’이며 ‘꼬리 자르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권 의원은 “2차 가해 행위자들이 기소의견인데 비해, 이 사건의 정점에 있는 전·현직 비서실장 등의 추행 방조 혐의가 불기소 의견이라는 것은 우스운 일이다. 이 부분이 제일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조사 결과 발표를 앞둔 국가인권위원회는 다른 판단을 하길 기대한다”고 권 의원은 덧붙였다.
최근 계속되는 2차 가해 행위자들에 대해 권 의원은 “박원순 전 시장 주변 몇몇 분들이 아직도 반성하지 않고 고인을 오히려 더 치욕스럽게 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2차 가해’가 무엇인지 모르면 배워야 하는데, 아주 기본적인 면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일침을 놓았다.
앞서, 권 의원은 지난 11월18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고 박원순 시장의 죽음과 피해자의 고통과 관련해 서울시와 서울시의회는 너무도 조용했다”며 서정협 서울시 권한대행에게 ‘성차별적 업무 환경’ 등 성추행 의혹 이후 대책에 대해 집중 질의했다.
권 의원은 서울시와 산하기관의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사건에서 시장이 가해자인 경우 사안 처리 규정을 담은 ‘서울특별시 성평등 기본 조례 일부개정안'을 발의했고 이 안은 지난 23일 통과됐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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