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과정에 여성단체 대표가 포함됐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드러나자, 여성인권이 아닌 정치 권력의 편 서왔던 여성운동을 되돌아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12월31일 논평을 내고 “지난 20여년 간 고착된 민주당과 여성단체 간의 이해관계 고리에 대한 근본적 성찰 없이는, 여성단체의 활동과 여성단체 출신의 정치인 배출이 민주당과 남성 권력의 알리바이가 될 뿐 고통받는 여성들의 삶을 바꿀 수 없을 것”이라며 “여성단체의 뼈아픈 각성과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단체는) 친분과 권력이 아닌 여성인권의 편에 서는 단체로 쇄신하길 기대한다. 진정으로 성평등한 세상과 여성의 인권을 위해 복무하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이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상임대표→남인순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임순영 전 서울시 젠더특보를 통해 전달됐다는 수사결과를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현재 김영순 상임대표는 단체에서 직무 배제된 상태며, 정부 주요 위원회와 공공기관 위촉직에도 사의를 표명했다. 여성가족부는 1일 김 대표가 국무총리 소속 양성평등위원회 민간위원직,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비상임 이사 등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서울시 성평등위원회 위원직,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 위원직, 대법원 양형위원회 자문위원직 등도 사의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2000년대 초부터 이어진 여성운동가들의 민주당 비례대표직 국회 진출과 민주당 정권에서의 정계 진출이 인맥 형성과 진영 구축에 이용되면서 오늘과 같은 결과를 마주했다고 지적했다. 네트워크는 논평에서 “이번 유출 사건은 여성단체 대표가 민주당 여성 정치인과 맺고 있던 인맥이 작동했고, 그 인맥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와 그가 속한 당 중심으로 작동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이번 사건으로 십수 년 간 여성단체 대표 경력으로 민주당 비례선거에 영입돼 국회의원 뱃지를 달고, 그렇게 형성된 인맥이 인맥 진영 구축에 이용된 결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계 인사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박 전 시장 사건이) 워낙 사안이 크니 시민단체에서 이 사안을 어떻게 볼지 상호간 상의는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것을 실제 박 시장 귀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에게 전달한 행위는 의도한 것이 아닐 지라도 굉장히 경솔한 행위”라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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