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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이든 거짓 같지 않아 ‘에릭의 재발견’

등록 2007-05-18 15:02수정 2007-05-18 15:32

[매거진 Esc] 너 어제 그거 봤어? / 드라마 ‘맛있게 보는 기술’ 전수
지난 주 최고의 장면은 <케세라세라>에서 이규한이 정유미 떠나보낼 때

자타공인 텔레비전광이자 전문가들이 한 주간의 방송 흐름과 화제의 프로그램을 짚어내 방송보다 재밌는 방송 이야기를 펼친다. 재치와 순발력을 앞세운 온라인 잡지 <매거진t>의 백은하 편집장·강명석 기획위원과 진중함과 깊이로 무장한 월간지 <드라마티크>의 조민준 편집장·박현정 편집위원이 번갈아 독자들에게 ‘맛있게 보는 기술’을 전수한다. 편집자

백은하 : 13일 끝난 <케세라세라>는 시청율이 저조했지만 그 잣대로만 평가하기에는 아까운 드라마였다. 김윤철 감독은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천국을 맛봤다면 이번엔 지옥을 느꼈을 거 같다(웃음).


강명석 : 요새 멜로 드라마가 그런 스토리로는 시청율이 나올 수 없다. <내 남자의 여자>처럼 화끈한 불륜 이야기도 아니고.

백 ‘실장님’ 드라마로 시작했다가 <발리에서 생긴 일> 같은 구도로 가더니 어느 순간 <청춘의 덫>처럼 세졌다가 <고맙습니다>로 잔잔하게 끝났다(웃음).

에릭, 연기파라기 보다 아우라 있는 배우

강 : 스토리만 보면 진부한 걸 다 모아놨는데 그 틈으로 사랑에 미숙했던 네남녀가 유치한 연애싸움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나를 깨닫는 성장드라마가 놓여있다. 또 꼼꼼한 연출을 통해 저런 것들을 자양분 삼아 사랑을 배우는구나 그런 걸 느끼게 해준다.

백 : 종로의 낙원상가 아파트가 배경인데 지금까지 트랜디 드라마가 선택하지 않았던 공간이다. 낡고 허름한. 세련된 도시남녀들이 눌린 돼지머리가 전시된 시장통을 지나가면서 대화를 나누는 불협화음을 신선하게 잡아내는 게 재밌었다. 이런 장면에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게 있다.

강 : 스토리 전개와는 별도로 가장 트랜디한 영상정보를 가진 20대가 좋아할 스타일로 디테일이 연출된 거다. 그래서인지 20대 여성층에서만 시청율이 나왔다더라.

백 : 놀라웠던 건 에릭(문정혁)이 연기를 하더라. 마지막 두회를 보면서 한 사람의 배우를 지켜보다 보면 이런 순간을 맞이하는구나, 이렇게 잘생긴 배우가 진짜 연기하는 걸 목도하는 순간이 오는구나라는 생각까지 들더라.

강 : 에릭은 존재 자체로 매력있는 배우고 스타성이 강하다. 그래서 오히려 <불새>의 서이사처럼 볼 때는 그런가보다 하지만 나중에 놀림감이 되는 캐릭터나 <늑대>에서처럼 마초로 보이는 캐릭터를 하기 쉬운데 이 작품에서 에릭의 이미지를 잘 살렸다.

백 : 구질구질하게 살기 싫지만 엄청난 부자가 되고 싶은 욕심도 없어보이는 태주와 에릭의 이미지가 겹친다.

강 : 쿨하면서도 상류사회에 대한 욕망과 혐오 사이에서 갈등하는게 보이고. 에릭의 재발견이라고 할 만하다.

백 : 정유미는 영화에 출연할 때부터 주목했지만 자신에게 카메라가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드라마를 소화할까 걱정했는데 이 배우 보통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순진하게 생겼는데 그 안에 독기 같은게 있다. 무서운 독기가 아니라 건강한 삶의 의지같은 게 보인다.

강 : 단순히 그나이 대의 연기파라기보다 아우라가 있는 배우다. 황당할 수 있는 캐릭터인데 일상으로 잡아두는 매력을 발산한다. 그래서 신비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무슨 말을 해도 거짓말 같지가 않다.

무한도전 받는 <무한도전> 그래도 ‘무한질주’

백 : <작렬! 정신통일> <하자 고(go)!>(에스비에스), 개편된 <해피선데이>(한국방송)의 새코너 등 <무한도전>에 ‘대놓고’ 또는 보이지 않게 도전하는 오락 프로그램들이 본격적으로 경쟁에 나섰다. <작렬! 정신통일>이 “4주안에 <무한도전>을 깨겠다”고 다짐했던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은 큰 변화가 없다.

강 : 다른 옷을 입고 다른 룰을 만들어도 결국 유재석 군단이라는 게 문제다. <무한도전>에서 만들어낸 게 캐릭터 코미디인데 다른 프로그램에서도 캐릭터 돌아가는 상황이 <무한도전>과 다르지 않다.

백 : 박명수가 <하자 고!> 나와서도 유재석에게 나경은 이야기를 하면 이건 <무한도전>도 아니고 <하자 고!>도 아니다 (웃음).

강 : <무한도전>의 캐릭터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게 아니다. <무한도전>만 따지면 50회지만 ‘무모한 도전’‘무리한 도전’등을 통해 2년 가까이 캐릭터를 차근차근 만들어나간 거다.

백 : 캐릭터가 굳건히 만들어지니까 과감하게 패러디를 해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도전 수퍼모델’이나 ‘천사들의 합창’을 그대로 옮겨와도 정체성과 재미가 흔들리지 않는 거다.

강 : 캐릭터가 굳어진다는 지적이 나오는 최근에는 서커스나 행사 뛰는 걸로 대중과 직접 만나면서 <무한도전>의 마이너 또는 찌질이 정신과 대중적인 인기의 접점을 만들었다. 이처럼 캐릭터 개발이나 상황에 따른 밸런스 없이 자막만 튀게 친다고 비슷해질 수는 없다. 차라리 논란은 있지만 오히려 <미녀들의 수다>처럼 전혀 새로운 접근이 더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백 : <미수다>가 뒷통수를 제대로 쳤다. 그냥 외국 미녀들 모아놓은 단순한 상황에서 엠씨 남희석도 특별한 역할을 못하는데 물건이 됐다. 지금 잘나가는 프로그램을 따라하기 보다는 차라리 외국 프로그램 포맷을 정당하게 사와서 우리식으로 토착화하는 것도 방법이다. <재용이의 순결한 19>(엠넷)는 외국 연예프로에서 가장 흔한 차트쇼를 적절하게 한국화해서 성공했다.

강 : 오락이나 드라마 할 것없이 전세계가 동시에 경쟁하게 됐다는 게 공중파 방송이 처한 큰 딜레마다. 예를 들어 <히트>는 옛날같으면 참신하다고 했을 텐데 지금 시청자들은 를 봤다는게 문제인 거지.(웃음) 또 연쇄살인범 캐릭터 묘사는 <덱스터>같은 드라마에 비하면 너무 올드하다.

경쟁의 세계화, 공중파가 처한 딜레마

백 : 지금은 미국드라마가 한국 드라마 이상으로 젊은이들의 트랜드나 욕구를 더 만족시켜준다. 이 계층이 공중파에서는 아직 큰 영향력이 없지만 케이블에서는 절대 다수다. 이른바 ‘온스타일 중독자’들이라고 불리는 20~30대 여성 중심 시청자군이다.

강 : 여기서도 달라진 건 20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섹스 앤 시티>나 <앨리 맥빌> <프렌즈>같은 캐릭터 로맨틱 코미디들이 대세였는데 이제는 장르물의 시대다. <섹스 앤 시티>가 도시 여성들의 교과서였다면 이제 각자의 취향을 따라 흩어지고 있다.

너 어제 그게 봤어?
너 어제 그게 봤어?
백 : ‘아직 불륜이 최고야’하더라도 이제는 더 이상 시청자의 수준을 싸잡아 이야기할 수 없다. 점점 더 많은 시청자군이 글로벌한 수준으로 가고 때문이다. 이제 11번, 6번을 계속 틀어놓고 있는 게 아니라 인터넷을 통해서건 하나TV를 통해서건 자기가 보고 싶은 걸 바로바로 봐야 하는 사람들과 제작자들이 두뇌싸움해야 한다.

강 : 한국만의 독특한 특성인데 시청자들이 너무 잘 안다(웃음). 아이티 강국의 또다른 면모다.

백 : 만드는 이들은 그래서 괴로울 지 모르겠는데 보는 사람은 이만큼 텔레비전이 흥미진진한 시대는 대한민국 역사상 없었다.

대담 백은하·강명석, 정리·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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