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리사의 배로 판단하라?
[매거진 Esc] 요리의 친구들
훌륭한 요리사인지 아닌지 판단하려면 음식을 먹어보는 게 가장 빠른 길이겠지만, 외모만으로 그걸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한때 고민한 적이 있었다. 요리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동안 고민했다. 손가락에 생긴 상처로 알아낼 수 있을까? 눈빛으로 판단할 수 있을까? 아니면 칼을 움직이는 손놀림으로? 그러다가 발견해 낸 한 가지 잣대가 바로 ‘요리사의 배’였다. 배가 불룩 튀어나온 요리사들이 만든 음식은 대체로 맛있었다. 왜 그런 것일까?
요리사들은 대부분 운동량이 부족하다. 그 좁은 주방에서 일을 해야 하므로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플 게 분명하고, 팔과 어깨를 무리하게 사용할 게 뻔하다. 특정 부분의 근육만 계속 쓸 수밖에 없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음식을 계속 먹어볼 것이고(간을 봐야 하므로), 식당 일이 끝나면 스트레스 때문에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맥주가 쥐약) 그러므로 자신의 일에 충실하고, 자신의 요리를 두고 근심이 많은 사람일수록 배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물론 과학적 근거는 털끝만큼도 없다.
알고 지내는 요리사 한 사람이 있는데 몇 해 전 처음 만났을 때는 과연 요리사가 맞나 싶을 만큼 몸매가 좋았다. 키는 190㎝ 정도에 배도 나오지 않아 처음엔 모델인 줄 알았다. 얼마 전 오랜만에 만났더니 이 친구도 슬슬 배가 나오기 시작했다.(현상) 요리 근심이 많아진 모양이다.(추측) 이젠 나이도 좀 먹긴했다.(사실) 배가 좀 나온 모습을 보니 그 친구가 요리사로 보였다. 어쩐지 배가 나오지 않은 요리사는 상상하기가 어렵다. 전국에 계신 배나오지 않은 요리사들에게는 이보다 더 큰 실례가 없겠지만서도.
김중혁 기자 pen@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